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집값 떨어지면 그때 사라"는 발언과 배우자의 고가 아파트 갭투자 논란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결국 물러나기로 했다.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차관이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언행으로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 속에 결국 취임 넉 달 만에 불명예 퇴진하는 모양새가 됐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이상경 차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전날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거취 표명은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주택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는데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이 차관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지금 집을 사려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내려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또한 그의 배우자가 지난해 33억5000만원에 매입한 성남 분당 '판교푸르지오그랑블'(전용 117㎡)을 전세보증금 14억8000만원을 끼고 거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인은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해놓고 국민에게는 기다리라 했다"는 비판 여론이 폭발했다.
여야 모두에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신은 자산가이면서 국민을 조롱했다"며 사퇴를 촉구했고,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위 차원에서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을 요청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책임자인 차관이 국민 염장 지르는 발언을 해놓고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며 해임을 요구했고,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이날까지만 해도 "정책 추진의 핵심축인 차관 공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 차관은 지난 6월 30일 취임한 지 넉 달 만에 낙마하게 됐다. 서울대 도시공학과 학·석·박사 출신으로, 가천대 교수와 국토부 각종 위원회 활동을 거쳤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며,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개발이익 환수제·기본주택 구상 등을 설계해온 핵심 참모였다. 국토부 1차관 취임 당시 그는 "흔들린 시스템을 바로잡고, 혁신을 통한 '진짜 성장'의 시대를 열겠다"며 청년·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 복원을 약속했지만, 논란 속에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이 차관이 물러나게 되면서 10·15 부동산 대책의 정책 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새 차관 인선 전까지 '집값 안정' 메시지 전달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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