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건설투자 장기부진 통해 본 韓…"경기부양 목적 경계해야"

日 버블 붕괴 후에도 건설 중심 경기부양책
정부·가계 부채↑…경기 부진 장기화 요인
韓 건설투자 비중 추가 하락 가능성,
경기 부양 위한 건설투자에 과도한 의존 피해야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인구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졌을 때, '경기부양 목적의 건설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과 중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경기부양을 위한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가계 또는 정부 부채 누증으로 경기 회복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건설투자의 장기 부진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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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6일 발간한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부진의 경험과 시사점(김보희 아태경제팀 차장·이준호 중국경제팀 과장 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건설투자는 침체에 빠진 상태다. 지난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도 2021년부터 4년 연속 감소했다. 건설경기 여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향후 건설투자에 대해서도 낙관하기 어렵다.


건설투자 부진의 장기화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장기간에 걸쳐 건설투자 부진을 경험했고, 중국 역시 장기부진을 겪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정부가 공공투자를 확대해 건설경기를 살리려 노력했지만, 결국 장기침체를 피할 수 없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과잉투자를 지속한 결과 2021년부터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 직후 수년간 이어진 건설투자 중심 경기부양책의 경기회복 효과가 크지 않았으며, 오히려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고 경제체질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비효율적 공공투자 배분 ▲지방경제의 건설업 의존 심화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가계소비의 장기부진 ▲재정 상황 악화 등의 문제점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김보희 한은 조사국 아태경제팀 차장은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에도 건설 중심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한 결과 정부와 가계 부채가 증가해 경기 부진을 장기화하는 요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공공투자 집행으로 재정이 악화해 정책 여력이 제한됐고, 가계는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의 영향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구매를 늘림에 따라 이후 디레버리징 기간 소비가 제약됐다.


김 차장은 "공공투자의 본래 역할은 사회자본을 건설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경우 내수 진작 또는 고용 대책으로서의 역할이 과도하게 강조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공공투자가 장기적인 계획하에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해 인구가 감소한 현재에는 당시 건설된 인프라의 유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디레버리징이 진행 중이며, 건설투자 침체도 이어지고 있다. 김 차장은 "중국 정부는 급격한 부동산 경기침체는 막으려 하면서도 적극적인 부양까지는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는 중국 내 사회갈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고, 과거 일본의 경험도 참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 추이를 보면, 최고점에 도달한 이후 하락하다가 저점을 찍을 때까지 평균 27.2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차장은 "고점에서의 건설투자 비중이 높았던 나라일수록 조정 기간이 길고, 조정 시 하락 폭은 더 커서 저점이 낮은 모습"이라며 "국가별 건설투자 비중의 고점 평균은 18.3%, 저점 평균은 8.3%(하락 폭 10.0%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고점(21.8%)에 도달한 후 2012년 13.9%까지 낮아졌다가 이후 반등했으므로, 다른 나라에 비해 조정 기간(21년)이 짧은 편이고 하락 폭(7.9%포인트)도 작았다는 평가다.


일본의 경우 1980년의 건설투자 비중이 우리나라 고점과 비슷한 수준(22.1%)이었는데 30년 이상 조정 기간을 거쳐 2010년에야 저점(10.2%)을 기록했다. 김 차장은 "이는 우리나라의 건설투자 비중이 향후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3.9%이며, 올해 건설투자 역성장이 전망(?8.3%)돼 이 비중도 더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차장은 "일본과 중국의 사례에 비춰 보면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결국 가계 또는 정부부채 누증을 통해 경기 회복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건설투자의 장기부진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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