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의 과열된 경매 열기가 경기권으로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규제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일반 매매에서 봉쇄되자, 갭투자가 가능한 경매가 사실상 대체 통로로 떠올랐다. 대책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경매시장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26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의뢰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시행 첫 주차인 20~23일 경기 지역의 토허구역 아파트 경매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진행된 경매 24건 중 13건이 낙찰(낙찰률 54.2%)됐다. 평균 낙찰가율은 102%로, 지난 9월(94.40%) 대비 8%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되는 '고가 낙찰'이 많았다는 뜻이다.
10·15 대책으로 20일부터 경기 광명시와 성남시 수정·중원·분당구, 과천시, 하남시, 의왕시, 수원 팔달·영통·장안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등 12곳이 신규 토허구역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성남 분당구(113.3%)와 수정구(105.10%), 하남시(102.0%), 광명시(101%), 안양 동안구(101.80%), 수원 영통구(100.20%) 등 6곳은 규제 시행 이후 평균 낙찰가율이 100%를 넘겼다.
대표적으로 성남 분당구 '판교봇들마을 3단지' 전용 84㎡는 18억5999만9999원(낙찰가율 116%)에 낙찰돼 올해 일반매매 시장에서의 최고가(17억5000만원)보다 1억 원 이상 높았다. 분당 '이매삼환' 전용 116㎡는 감정가 14억9000만원에 단독 입찰자가 16억1860만 원(109%)을 써냈다. 광명 하안주공 전용 59㎡는 5억8888만8000원(110%), 안양 동안구 관양동현대 전용 84㎡는 8억599만원(102%)에 각각 낙찰되는 등 분당 이외 다른 지역도 고가낙찰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허구역 지정으로 일반 매매 수요 일부가 경매시장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한다. 토허구역에서는 주택 매수 시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갭투자가 사실상 막힌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상 경매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거주 의무가 없으며 경매로 낙찰받은 다음 바로 임대를 놓는 것이 가능하다. 앞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지난 3월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넘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서울 역시 열기가 식지 않았다. 서울 25개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확대된 이후인 20~23일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7.6%를 기록했다. 지난 9월(99.5%)보다는 소폭 낮았지만, 여전히 감정가에 근접한 고온 상황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올해 기준으로도 월별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수요억제 정책으로 인한 매물 잠김도 경매 쏠림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6647건으로, 15일(7만4044건) 대비 약 10% 줄었다. 막차 수요가 몰린 데다 전세 낀 매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시장 매물이 빠르게 증발했다.
반면 경매시장은 공급이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경매신청 누적 건수는 9만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1431건) 수준에 육박했다. 9월 한 달만 보면 1만1208건으로 전년 동월(9144건)보다 많다.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는 11만9312건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신청 3~6개월 후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경매 물량이 꾸준히 출회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은 "토허구역 지정으로 일반 매매에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막히자,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경매가 대체 통로가 되고 있다"며 "매물 잠김이 지속되면 투자 수요가 자연스럽게 경매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인기 지역은 입찰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낙찰가가 시세를 넘는 사례도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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