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다자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을 계기로 29일에는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다음 달 1일에는 첫 한중 정상회담도 개최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아세안 정상회의는 오는 27일 저녁까지 이어지지만 이 대통령은 경주 APEC 준비를 위해 27일 오후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대통령은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경주 APEC 일정을 소화한다.
이 대통령의 아세안 첫 일정은 오는 26일 현지 동포와의 만찬 간담회다. 다음 날인 27일에는 첫 일정으로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지는 아세안 및 한·중·일 정상 간 논의에서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의장국인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참석하는 아세안 정상회의는 2000억달러에 달하는 연간교역과 1200만명을 웃도는 인적 교류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미래 협력을 강화하며 온라인 스캠 범죄에 함께 대응하는 동반자 관계를 도모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최대 관심사는 아세안 다음으로 이어지는 APEC을 계기로 진행될 한미 정상회담이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오후 국빈 방문 자격으로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미국과는 역대 최단기간 내 정상 간 상호방문이다. 쟁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한미 관세협상이 전격 타결될 가능성은 작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안보 부문에서는 한미 양국 간 진전된 합의가 발표될 불씨가 남아있다. 위 실장은 "안보 분야에서 (한미 간) 일정한 양해가 이뤄져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안보 협상에 대해 한꺼번에 아니면 따로라도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APEC 첫 일정은 29일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다. 이 대통령은 개막식 특별 연사로 참여한다. 오는 30일에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공식 방한과 APEC 참여국과의 여러 양자 회담이 예정돼 있다. 다음 달 1일 오전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APEC 의장직을 인계하고, 오후 중 한중 정상회담을 한다. 시 주석 역시 국빈 방한으로 한국을 찾는 만큼 관련 행사들이 경주에서 진행될 계획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 역시 APEC에 참석해 정상회담을 하고 이 대통령과 단독 만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다음 날인 2일 서울로 이동해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의 공식 방한 일정을 진행함으로써 외교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위 실장은 "11년 만의 중국의 국빈 방문으로 관계를 복원하고, 신임 일본 총리와 긍정적 한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위 실장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에 더해 한반도 이슈와 북한 이슈·주변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미 간 움직임은 관심을 갖고 파악하려 하고 있으나 아는 바로는 새로운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본회의 제1세션에서는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무역·투자 증진 협력 방안이 논의된다. 세션에는 APEC 21개 회원국 경제단체 외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칼리드 빈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제1세션이 끝난 뒤 APEC 기업자문위원회(ABAC) 위원들과 오찬을 하고, 오후에는 APEC 회원 경제 지도자·기업인 등을 초청한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본회의 마지막 날인 내달 1일 오전에는 '미래의 변화에 준비된 아시아 태평양 비전'을 의제로 인공지능(AI) 발전, 인구 구조 변화 등에 대해 토의하는 제2세션이 진행된다.
위 실장은 "아세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경주 APEC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다자외교 '슈퍼위크'가 펼쳐진다"면서 "의장국으로 능동적 플랫폼 외교 전개를 통해서 복원된 정상외교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APEC에 참석한 정상들의 '경주 선언' 채택 여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면서 "쟁점이 좀 있지만 조정을 통해 선언문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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