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들고 있는 두바이…무인 첨단 기술, 도시 곳곳에 스며들었다

첨단기술 빠르게 도입…스마트도시 구축 분주
한국의 H2O, 두바이 관광의 디지털화 합류
미래지향·실리주의..통치자 리더십 돋보여

두바이는 공항에서 지하철, 호텔까지 첨단 무인화 시스템이 일상화된 도시였다. 우선 두바이의 지하철역에는 관광객을 위한 안내 로봇이 있다. 지난달 25일 두바이의 랜드마크인 '미래박물관'을 방문하던 길이었다. 박물관과 내부 통로로 연결된 에미리트타워역사에서 승객을 맞은 건 안내 로봇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본뜬 높이 150㎝가량의 로봇은 "로봇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나에게 말을 걸어요"라고 또렷하게 인사했다. 커다란 눈과 미세하게 움직이는 입술이 생동감을 더했고, 영어·아랍어·중국어 등 5개 언어로 관광지와 맛집, 호텔 정보를 알려줬다. 사람 대신 로봇이 여행 안내를 맡는 풍경이 자연스러웠다.

지난달 25일 두바이 에미리트타워역에서 촬영한 음성 인식 안내 로봇.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 5개 언어로 주변 명소와 맛집, 숙소 등을 안내해 여행객의 편의를 돕고 있었다. 김보경 기자

지난달 25일 두바이 에미리트타워역에서 촬영한 음성 인식 안내 로봇.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 5개 언어로 주변 명소와 맛집, 숙소 등을 안내해 여행객의 편의를 돕고 있었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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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기관사 없이 인공지능(AI)이 운행을 통제한다. 두바이 지하철은 전 구간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정시 운행률이 99.7%에 달한다. 프랑스와 일본 기술이 결합된 AI 점검 시스템 '아리스(ARIIS)'가 센서와 레이저, 3차원(3D) 카메라를 통해 운행을 멈추지 않고도 선로를 진단한다. 이 기술로 유지관리 시간과 비용을 각각 70% 이상 줄였다. 두바이 도로교통청은 아리스를 국제 표준으로 확산시켜 수출 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시스템은 두바이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시티 전략 2030'의 핵심이다. 두바이는 2030년까지 '살고 일하고 방문하기 가장 좋은 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행정과 교통, 관광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가 기술 도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실험장으로 작동하고 있다. 두바이는 2040년까지 현재 인구의 약 2배에 달하는 최대 780만명 수용하는 스마트도시로 만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 기업 H2O 호스피탈리티(이하 H2O)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합류했다. 5성급 '웨스트민스터 두바이몰 호텔'에 스마트 체크인 솔루션을 도입하며 중동 관광산업의 디지털화를 이끌었다. 스마트 체크인 솔루션을 통해 호텔 이용객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호텔 도착 전에 체크인을 위한 정보 등록·회원가입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오래 대기할 필요 없이 미리 준비된 객실키만 받으면 돼 투숙 경험이 향상된다. 이웅희 H2O 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관광 데이터 확보와 서비스 혁신을 돕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UAE에서 골든비자 받은 韓기업 대표…"관광을 더 스마트하게"]

두바이 미래재단이 운영하는 미래박물관. 도넛 모양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두바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건물 외벽에는 '미래는 상상하고,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의 것'이라고 써있다. 2022년 2월 개관한 이후 9월 말 기준 417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김보경 기자

두바이 미래재단이 운영하는 미래박물관. 도넛 모양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두바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건물 외벽에는 '미래는 상상하고,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의 것'이라고 써있다. 2022년 2월 개관한 이후 9월 말 기준 417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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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의 혁신 기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던 건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그는 두바이 경제 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실리주의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6년부터 두바이 통치권을 쥔 그는 "미래는 주저하는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비전이 클수록 성취도 커진다" "기술은 미래로 가는 빠른 관문" 등의 어록을 남기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 정신과 기술적 번영을 강조해왔다.


통치자 직속 기관이자 국가 싱크탱크인 '두바이 미래재단(이하 미래재단)'은 미래 비전을 실현하고, 두바이를 세계적 미래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설립됐다. 미래재단이 운영하는 미래박물관의 건물 외벽에는 아랍어로 "미래는 상상하고,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의 것"이라고 쓰여 있다. 2022년 2월에 개관한 미래박물관은 지난달 기준 417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최근 미래재단과 디지털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김병호 중동지역본부장은 기자와 만나 "두바이는 미래를 내다보려는 지도자 덕분에 빠르게 변화를 주도하고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두바이(UAE)=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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