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시 가족 선영에서 열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부친의 넋을 기렸다. 이날 추도식엔 이 회장 외에도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유족들이 함께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등 그룹 전·현직 경영진 150여명도 참석했다. 추도식 후 이 회장과 사장단은 용인에 위치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사업 현안을 나눴다.
이 선대회장의 5주기를 계기로 이른바 'KH(건희) 유산'의 가치도 다시금 주목받는다. 이 회장 등 유족들은 12조원이 남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선대회장의 유지를 기려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전국 주요 박물관·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을 열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일상 속에서 문화적 소양이 길러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국민의 문화 수준 향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오는 27일이면 이재용 회장도 취임 3주년을 맞는다. 반도체 불황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안정 경영'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 3년과 달리, 올 하반기 들어 삼성은 수주 실적과 수익성 전반에서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반등과 함께 이미 곳곳에서 변화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3년간은 경기 둔화와 반도체 불황 속에서 비용 효율화와 내실 강화에 집중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반도체 수요 회복과 함께 실적이 반등세를 보이며 '슈퍼사이클' 전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내년 양산이 예상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새 성장 동력으로 꼽히며, 테슬라와의 협력 확대도 파운드리 수익성 회복의 계기로 평가된다.
이 흐름을 타고 이 회장이 주도하는 반도체 인수합병(M&A)과 전략적 투자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삼성은 올해 M&A 3건을 성사시켰고 최근 삼성물산과 함께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에 1억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유망 분야에 자본을 투입하는 행보를 보이며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신성장 사업으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곧 있을 인사조치는 이 회장이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삼성 인사가 다음 달 말일께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 리스크 해소 후 처음 결정하는 인사인 만큼 세대교체와 신인 발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은 총수 구속 등 변수에 대비해 안정 위주로 인사를 단행했지만, 이번엔 새 인물이 전면에 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통해 옛 미래전략실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가 부활할지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충분한 경영 경험을 쌓아온 만큼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시점"이라며 "내실을 다진 기반 위에서 장기적 관점의 전략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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