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직구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한 새벽배송 기업 컬리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제품의 판매 가격이 국내보다 3~4배 비싼 데다, 당초 '48시간 배송'을 목표로 내걸었던 것과 달리 배송까지 평균 3~7일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루 판매 품목과 수량이 부족해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간 폐쇄몰 형태로 프리오픈했던 미국 역직구 서비스 컬리USA몰을 공개몰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회원가입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승인 절차 없이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프리오픈 시기보다 상품을 대폭 늘려 9300여개로 확대했고, 배송은 월·화·수 주 3회만 출고된다. 주문한 상품들은 경기도 평택 물류센터에서 출고돼 인천국제공항을 거친 뒤 항공편으로 미국 50개 주에 직배송된다.
그러나 정식 오픈한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픈 초기 컬리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하루 주문 수량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당일 주문이 마감되면 홈페이지를 닫았다. 미국 서부 기준 오전 3시, 미국 동부 기준 오전 6시에 다음 날 상품 주문을 받았는데 오전 시간에 이미 주문이 마감되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른 아침 시간에 주문하려 했는데 이미 품절이다', '한국 컬리에서는 몇 시간이 지나도 구매할 수 있는데 여기선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히는 것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대표적으로 '어굼터 순살 고등어구이'는 한국 컬리에서 4050원에 판매되는 반면, 컬리USA 사이트에서는 약 1만4100원(9.8달러)에 판매되고, 애플하우스 쫄면은 한국에서 6900원에 가격이 책정됐지만, 컬리USA에서는 약 2만2220원(15.5달러)에 책정됐다. 같은 제품이 한국에서 판매할 때보다 3~4배가량 높게 형성된 것이다. 컬리USA몰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은 관세가 포함된 가격이다.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별도의 관세는 없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부담이 상당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컬리 관계자는 "제품별로 입고량이 달라 하루 전체 판매되는 수량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재입고 시기는 브랜드와 제품별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에 대해서는 "관세와 통관 비용 등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있어 한국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답했다.
컬리USA몰의 초기 타깃은 미국 현지 교민층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 한인마트는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김밥, 떡볶이 등 K푸드에 대한 수요가 한인과 현지인들 사이에서 꾸준히 높다는 점이 해외 진출 요인으로 꼽혔다. 컬리는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일부 컬리 제품을 한인마트 등을 통해 판매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운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컬리USA 프리오픈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현지 교민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기대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새롭게 출시된 컬리 역직구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은 '가격이 너무 부담돼 구매하기가 꺼려진다, 한인 마트가 없는 지역에서는 몰라도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이 가격으로는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컬리의 미국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한국 컬리 상품은 4~5만개에 달하는 반면 컬리USA몰에 취급하는 상품(9300여개)이 적을뿐더러, 한국에서 컬리의 성공 요인이었던 '샛별배송(전날 밤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까지 물건이 배송되는 것)을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컬리는 초기 '미국 전역에 주문 48시간 이내 배송'을 목표로 뒀지만 실제로는 주문 후 배송까지 평균 3~7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의 취약한 재무 구조는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컬리의 매출은 2조19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지만, 2022년 이후 매출이 2조원대에 머물며 성장이 정체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조1595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창립 10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860%에 달해 신규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자산 중 부채로 조달된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100% 이하면 재무건전성이 안정적이라고 여긴다. 컬리는 2023년 부채비율이 1만374%에 달하다 지난해 733%까지 줄였지만, 올해 상반기 860%로 확대되는 등 부채 부담이 여전하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K푸드가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진입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지 한인마트와 월마트, 코스트코 등과 경쟁하려면 가격 경쟁력과 배송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에 물류센터를 도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어야 사업이 지속 가능할 텐데, 티메프 사태 이후 신규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컬리가 대규모 투자에 나설 만한 여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운영 자금이나 추가 사업 투자 측면에서 지금 당장 대규모 신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컬리USA 또한 아직 초기 단계로, 당장의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기보다는 진행 상황을 보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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