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인하 속도·폭 기대 후퇴 합당"…반도체 호조, 경상흑자 전망 상향 예고(종합2보)

10·15 대책으로 가계부채 위험 많이 사라져
한두달새 집값 안 잡혀도 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관세 타결, 환율 내리는 데 도움…'서학개미'가 제한
"경기, 상하방 불확실성 모두 있다"
반도체 경기 호조, 경상수지 전망 상향 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후퇴에 대해 '합당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선 추가 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까지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금융통화위원이 지난 8월 5인에서 이번에 4인으로 줄어든 것 자체가 금융안정에 더 포커스를 둔 것"이라며 "인하 기조는 계속되지만 인하 시기와 폭이 조정됐다고 보는 건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선 11월 변수가 많아 확언할 수 없다면서 "당장 봐야 하는 게 우리나라 관세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중 관세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라며 "(미중 협상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이 재발하면 현재 좋은 흐름을 보이는 반도체 사이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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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으로 가계부채 위험 많이 사라져…한두 달 새 안 잡혀도 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성장도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어, 부동산 대책이 주택시장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과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소수 의견은 1인(신성환 위원, 0.25%포인트 인하)이 냈다.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대응해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10·15 대책으로) 가계부채에 대한 위험은 이번에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부동산 가격이 내려야만 안정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보지 않고, 경제 성장세를 고려한 상황에서 안정되고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거래량이 많이 줄고, 상승세가 금방 꺾일 것 같진 않은데 정책이 발표됐으니 살펴봐야 한다"며 "한두 달 새 안 잡혀도 정책 방향이 유지되고 공급 정책도 발표되고, 수도권에 유입되는 인구도 다른 정책을 통해서 최소화하려고 하고 이런 모든 정책이 일관성 있게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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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너무 높다…주가는 버블 걱정할 건 아냐, AI 섹터는 조정 가능성

최근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요 자산 가격이 함께 오르는 '에브리띵 랠리'에 대해선 "우리나라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에 너무 높다"고 평가했다. 주가는 국제비교 시 전반적인 평균 수준은 버블로 걱정할 건 아니나, 인공지능(AI) 섹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버블 논란이 많아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금리 인하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보통 금리를 1.00%포인트(100bp) 인하하면 성장률이 0.24%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평균적으로 본다"며 "이번 사이클에 그 영향이 적은지를 통계적으로 파악하기에는 아직 기간이 짧지만,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자산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통방에서 나쁜 시나리오로 봤던 '관세는 관세대로 오르고, 부동산은 안 잡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데 대해 "관세 문제뿐 아니라 무역 문제, 부동산 문제 등에서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이 커지는 방향으로 가는지 봐야 한다고 했는데 (당시보다) 오히려 나빠졌다"며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지만 이번에 APEC 정상회의에서 여러 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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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오른 건 25% 달러 강세 원인, 75%는 관세·대미투자 불확실성 등"

환율 역시 단기간에 변동성이 크게 확대한 만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지난 통방(8월28일) 이후 약 한 달 새 환율은 35원 정도 올랐는데, 이 중 4분의 1 정도는 달러 강세, 4분의 3은 미중 갈등에 따른 위안화 약화, 일본의 새 총리가 아베노믹스와 같은 확장 정책을 한다고 해서 엔화 약화한 것, 우리나라 관세 문제, 3500억달러 조달 미확정이 엮여서 우리 요인에 의한 게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달러인덱스가 움직이는 걸 보면 우리나라의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협상이 이뤄지면 환율 레벨이 내려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관세를 현재 25% 내고 있는데 15% 내는 좋은 방향으로 가면 좋게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3500억달러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보면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두 가지가 상호작용할 것 같다"고 짚었다.


다만 최근 '서학개미'로 불리는 내국인 해외증권투자 증가는 환율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올해 들어서 외국인 국내증권투자 대비 내국인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거의 4배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상당한 정도로 우리가 해외에서도 민간기업까지 나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금리인하 속도·폭 기대 후퇴 합당"…반도체 호조, 경상흑자 전망 상향 예고(종합2보) 원본보기 아이콘
경기, 상하방 불확실성 모두 있다…반도체 경기 호조, 경상수지 전망 상향 예고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와 양호한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내수는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됐지만, 민간소비가 경제 심리 개선과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으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수출은 대미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예상보다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방 의결문에서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으나 미국 관세 부과의 영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각각 0.9%·1.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 미·중 무역 협상, 반도체 경기, 내수 개선 속도 등과 관련한 상·하방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짚었다.


한은은 이날 '경제 상황 평가'를 통해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 전망 수준인 올해 1100억달러, 내년 85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경기 호조로 상품수지가 미국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내년 모두 대규모 흑자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비스수지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적자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 향후 성장 흐름을 가늠하는 데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이는 한미·미중 무역 협상의 결과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반도체 경기의 확장 속도와 지속 기간 등도 면밀히 점검해 내년 이후의 성장 흐름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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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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