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폐쇄됐던 공포의 도시에서 진행된 가장 도전적인 실험.'
기자는 통 큰 규제 철폐를 골자로 한 메가샌드박스 기획의 일환으로 중국 우한의 로보택시 상용화 과정을 취재했다. 출장을 준비하면서 걱정이 앞섰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졌던 우한, '반간첩법'으로 외신 기자들이 조사받았다는 소식들, 그리고 선배들의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하지만 막상 발을 들인 우한은 달랐다. 마치 유령이 운전하는 듯 핸들이 혼자 돌아가는 무인택시 수백 대가 도심을 달렸고, 그 옆으로는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겁 없이 유유히 지나갔다. 처음엔 '거북이차'라며 웃던 주민들도 이제는 점점 발전하는 기술을 보며 도시가 '봉쇄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첨단도시로 바뀌는 모습을 응원하고 있었다. 회색빛 대신 데이터와 실험이 살아 있는 도시, 그것이 지금의 우한이었다.
그 이면에는 정부의 방향성과 기업의 도전이 있었다. 우한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정책이 없으면 기업의 도전은 현상에 그친다"고 말했다. 제도적 기반이 없으면 기업이 홀로 이끌고 가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 도로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으로, 설립된 지 10년도 안 됐다.
하지만 벌써 중국을 포함해 4개 나라에서 로보택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첨단산업 지원을 법으로 정했고 지방정부는 5G 기지국을 세우며 기업을 불러모았다. 로보택시 사고가 나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원인을 분석해 다음 실험에 반영했다. 실패를 문제로 보지 않고 배움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런 환경 덕분에 우한의 로보택시는 2022년 5대에서 지난해 400대로 늘며 사실상 상용화가 완성됐다.
대한상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기술에서 앞선다고 답한 기업은 30%대에 그쳤다. 절반 가까이는 "차이가 없다"고 했고, 중국이 더 낫다고 본 곳도 20%를 넘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압도적 우위를 자신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물론 중국의 방식은 강한 통제와 효율에서 나온 결과다. 체제는 다르지만 배울 점은 있다.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제도, 일관된 정책, 정부의 추진력,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문화다. 한국에도 그런 실험의 무대가 필요하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익숙한 틀 안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기술과 신산업을 자유롭게 실험할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 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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