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4인조 절도범이 왕실 보석들을 순식간에 훔쳐 가면서 역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가의 문화재, 미술품 도난 사건들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미술품은 자금 세탁에 적합한 탓에 대담한 범죄자들의 표적이 돼 왔다.
25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도난 문화재 개수는 5만7000여개에 달한다. 인터폴은 "루브르 박물관 아폴로 갤러리에서 도난당한 보석 8점도 데이터베이스에 통합됐다"며 "도난당한 물건의 현재 위치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인터폴로 연락해 달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루브르 박물관 아폴로 갤러리에는 4인조 도둑이 침입했다. 사다리차를 타고 창문을 통해 들어온 이들은 나폴레옹 황제 시절 왕관, 보석 목걸이, 브로치 등 9점을 훔쳐 달아났다. 도주 과정에서 떨어뜨린 왕관 1점은 파손된 상태로 회수됐으나, 나머지 8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파리 검찰청은 이번 절도 피해액을 8800만유로(약 1463억원)로 추산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1890년 5월 그린 '꽃피는 밤나무 가지'. 고흐의 유작 중 하나로, 강도들에게 강탈 당했으나 스위스 경찰의 집요한 수사로 회수에 성공했다. 아트 크라임 블로그
원본보기 아이콘과거에도 고가의 문화재를 노린 절도, 강탈 사건이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 2008년에는 스위스 에밀 뷔를레 박물관에 3인조 무장 강도가 침입해 문화재를 강탈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에밀 뷔를레는 독일 출신 사업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무기를 팔며 번 돈으로 문화재를 수집한 인물이다. 무장 강도단은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 등 역사적인 예술 대가들의 작품 4점을 뜯어 달아났다. 피해액은 1억6440만달러(약 2355억원)로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재 도난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스위스 경찰은 여러 유럽 수사 당국과 협력, 4년 만에 도둑맞은 작품들을 모두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역사상 최대 피해 규모로 남아있는 문화재 도난 사건은 1990년 미국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절도 사건이다. 경찰로 위장한 2인조 도둑이 렘브란트, 마네, 드가 등 작품 13점을 액자에서 도려내 훔친 사건으로, 총 가치는 5억달러(약 7160억원)로 추산됐다.
뷔를레 박물관과는 달리, 해당 2인조 도둑은 끝내 잡히지 않았고 도난당한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2021년 미 연방수사국(FBI)은 작품을 찾을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최대 1000만달러(약 143억원)의 포상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예술 작품 암시장을 범죄자들이 문화재를 약탈하는 배경으로 꼽는다. 예술 전문 매체 '아티스트 위클리'는 "도난 미술품, 문화재는 합법성보다는 소유를 우선시하는 수집가들의 목표물이 된다"며 "이런 수요로 인해 전 세계 도처에 수익성 높은 불법 암시장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FBI 등은 국제 도난 예술품 암시장이 최대 6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훔친 문화재는 여러 나라의 국경을 거치며 세탁된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의 판매 및 거래 내역을 위조해 원출처를 가린다. 세탁이 끝난 문화재는 경매소에 전달돼 비싼 값에 팔린다. 매체는 "일반적인 물건과 달리 문화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가치가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며 "은닉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휴대성과 높은 가치로 인해 범죄 조직의 담보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했다. 거대 범죄 단체, 불법 테러 집단의 무기 구입 자금으로 쓰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FBI, 인터폴 등 글로벌 수사 기관들은 도난 문화재만 추적하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FBI에선 '예술 범죄 팀', 인터폴에는 '문화유산 유닛'이 각각 활동 중이다. 특히 인터폴은 전 세계 박물관 및 수사 기관과 협력해 도난 예술 작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절도 범죄로 사라진 모든 문화재 정보를 총망라해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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