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반전' 넘은 삼성 파운드리…메모리·비메모리 시너지 승부수

반도체 종합기업 청사진
글로벌 수주 잇단 성과로 자신감 고조
메모리·비메모리 융합 시너지 본격화
전략의 중심축 파운드리 다방면 활용
테슬라 AI칩 수주로 기술력 입증
엑시노스 2600, 자체 AP 부활 신호탄
HBM4 베이스다이 4나노로 차별화
2나노 공정 경쟁, TSMC와 정면 승부
GAA 기술로 성능·전력 효율 극대화
수율 개선·가격 전략으로 시장 반격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반전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분위기다.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수주. 그 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발판 삼아 '만능열쇠'로 키우려는 야심을 가감없이 내비친다. 비메모리인 파운드리를 메모리 사업과 결합,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각종 구상을 현실로 옮기겠다는 게 야심의 골자다. 이 시도는 최근 조금씩 주효한 성과들도 내놓기 시작하며 업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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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 개막 행사에선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확신에 찬 듯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협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그는 "삼성이 D램과 낸드,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까지 다 가진 세계 유일한 회사라서 많은 부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진 적 있다"면서 "다양한 과목을 가진 회사가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약 2년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처럼, 지금의 반도체 기술 진화가 특정 한 기술에 머물지 않고 D램과 낸드,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의 발전이 경계를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으니 이에 발맞춰 비메모리 분야를 활용한 메모리의 진화에도 도전해야 할 때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파운드리를 그 무기로 삼을 심산이다.

파운드리 다방면 활용, 내비친 자신감

지난달 22일 개막해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대전에서 삼성전자가 차린 전시 부스 면면을 보면, 파운드리를 빼놓곤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시 공간의 구성상 파운드리가 메인 테마였다고 하긴 어렵지만, 할애된 비중은 적지 않았다. 삼성이 전시 공간 곳곳에 내놓은 간판 기술들은 그 기반이 대부분 파운드리였다.


삼성은 여러 사업에서 파운드리를 접목시키고 있었다. 파운드리 기술 자체도 많이 고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의 마음을 훔친 차량용 공정이 대표적이다. 전시에서 삼성은 차량용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홍보 영상과 자세한 내용을 정리한 표로 이를 선보였다. 자사의 차량용 공정 기술이 14나노(㎚·10억분의 1m)부터 2나노까지 다양하고 미세한 수준에까지 도달해 있다는 게 요지였다. 삼성은 이 기술로 지난 7월 테슬라와 22조80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의 골자는 테슬라의 고성능 칩 'AI6'를 만드는 것이다. 삼성은 이를 2나노 공정으로 만들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테슬라는 최근 AI5도 삼성으로 하여금 TSMC와 함께 생산 작업을 진행하도록 정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내년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하기로 한 것도 파운드리가 자랑하는 성과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은 그간 AP를 자체 개발해서 탑재하는 일을 숙제로 여기며 이를 풀고자 파운드리가 노력해왔다. AP 개발은 스마트폰 생산 비용을 줄이고 해외 공급 업체로부터 기술 독립을 이루는 지름길이어서 더욱 그랬다. 시행착오 끝에 엑시노스 2600으로 한을 풀게 됐다. 전시장에선 한 단계 아래인 엑시노스 2500을 전시하고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시너지를 통한 반도체 혁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시너지를 통한 반도체 혁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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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12단 제품의 실물을 처음으로 우리나라 대중 앞에서 공개하면서 HBM4의 베이스 다이를 자사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으로 만든다는 점도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스 다이는 HBM의 맨 아래에서 메모리 동작 제어와 데이터 분배를 담당하는 일종의 '받침'이다.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도 AI 연산의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를 관리하는 등 그 기능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모하며 기업들도 베이스 다이 생산 공정을 선택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 삼성은 자사의 4나노 기반 파운드리를 통해 베이스 다이로 만들기로 하며, 대만 TSMC에 베이스 다이 생산을 맡기는 타사들과는 차별성을 두려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삼성은 이를 부각하고자 HBM4 전시와는 별도로 내용을 설명하는 영상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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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지는 2나노 경쟁이 승부처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은 점차 2나노로 옮겨지고 있다. 삼성은 물론, TSMC(대만)와 인텔(미국)에 최근엔 라피더스(일본)까지 가세하면서 고객사 유치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흐를 분위기로 가고 있다. 삼성은 2나노부터 단가를 인상한 TSMC의 행보에 맞춰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고객에 제시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란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높은 수율과 기술력만 전제조건으로 갖춰진다면 삼성으로선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테슬라 등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TSMC의 독점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자세를 돌리고 있는 점도 삼성으로선 호재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2나노 공정은 기존 3나노 대비 성능은 12% 향상됐고 전력 효율은 약 25%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수율도 40~50%에 근접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도입한 것도 강점으로 지목된다.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4개 면을 감싸는 기술이다. 이전 기술인 핀펫보다 전류 제어가 정밀해 전력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트랜지스터가 더 작은 크기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삼성은 이 기술을 2022년에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적용한 바 있다. 2나노에서 성공하면 많은 고객사 유치는 물론이고, 자사의 메모리 기술력도 한층 높여 모든 분야의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 기업'으로의 삼성의 청사진을 실현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파운드리가 흐름을 탄 이 시점에서 2나노에서 반드시 승부를 내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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