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방식의 '엔드투엔드(E2E)' 기술이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성능 GPU 등 비용 부담이 큰 E2E 대신, 기존 시스템에 딥러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는 22일 대구 북구 엑스코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회(이하 FIX 2025)'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지금까지 기존 '룰 베이스' 방식이 구글 자회사 웨이모를 비롯한 전 세계 자율주행 차량 95% 이상에 적용됐지만, 테슬라가 (지난해) 완전자율주행(FSD) v12부터 E2E 전환을 시작하면서 (E2E가) 대세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룰 베이스 방식은 자율주행차가 카메라·라이다 등 센서와 고정밀 지도를 통해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사람이 미리 정해둔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안정적인 성능을 보이지만 예측 못한 상황에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반대로 E2E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대규모 AI 모델이 차량 안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룰 베이스 방식보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유연성이 높지만,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기에 룰베이스 방식에 비해 비용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유 상무는 룰 베이스에 딥러닝을 더해 점진적으로 E2E에 가까워진다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방식을 주장했다. 일례로 자율주행 차량이 주행 중 공사장을 만나면 룰 베이스 방식 하에서는 차량을 멈추고, 차로 변경 조건을 인지하고, 차선이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공사 상황을 판단하면 차로를 회피해서 가라'라는 딥러닝을 추가한 하이브리드 방식은 공사장 환경에서도 매끄러운 운전이 가능하다.
유 상무는 "딥러닝을 추가한 덕분에 자율주행이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부드러워졌다"며 "현실적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해 웨이모도 룰 베이스에 딥러닝을 늘리고 있으며, 우리 회사도 인지 영역에 딥러닝을 10개 이상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 구간 확대와 상용화를 위해서는 룰베이스에서 하이브리드를 거쳐 E2E 방식으로 가는 단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2E 방식을 적용하려면 GPU와 데이터 확충이 필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 상무는 "테슬라의 GPU 보유량이 13만5000장인데 당사는 단 13장, 우리나라 전체로 봐도 2000장 수준"이라며 "서버 구축하는 데 GPU 하나당 1억원이 들 정도로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퓨처드라이브의 권순 대표도 "E2E에서 생명은 데이터"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공공 AI데이터를 많이 수집하고 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며 "정부가 데이터 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E2E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