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을 받은 신천지에 윤석열 정부 동안 52차례 표창장을 전달한 것으로 22일 국정감사에서 나타났다. 공적서 또한 대신 써주면서 정권과 신천지를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내부 비위 행위, 직급 심사 시 헌혈 가점 등 문제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대한 국감에서 "적십자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게 혈액 유공 표창장을 수여했다"며 "헌혈만 많이 하면 흉악범이나 범죄 집단에게 표창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신천지가 정부나 공공기관 정치인과의 접점을 이용해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적십자사가 이에 동원됐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은 신천지와 공공기관인 적십자 간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기독교 신자"라며 부인했다.
서 의원은 또 "윤 전 대통령 취임 후부터 적십자가 신천지에 표창을 준 사례는 52건에 해당된다"며 "명백히 적십자가 신천지의 이미지 세탁을 도와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회장의 공적 조서를 적십자사 직원이 작성한 것도 지적했다. 서 의원은 "이 회장의 공적 조서를 적십자 직원이 작성했다. 공적조서는 상을 받는 사람이 직접 작성해야 한다"며 "상을 많이 주고 대신 써줬는데 신천지와 회장과 관계가 없느냐는 말을 질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이냐 아니냐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오갔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김 회장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회장은 "대한적십자뿐만 아니라 세계 적십자는 이념에 대해 중립돼 있기 때문에 제가 그 얘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거듭된 질문에도 김 의원이 답변하지 않자, 백 의원은 "동의하니까 말 못 하는 것이다. 그걸 벌써 이념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것 자체가 동의하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회장이)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경선에도 500만원을 후원하고 2012년부터 13년 동안 7000만원 상당 정치 자금을 기부했다. 정치 성향이 확실한 분"이라며 "(적십자사 회장도) 윤석열 힘으로 됐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적십자사는 신천지 표창장 수여, 김 회장의 정치적 성향 논란 이외에도 인권침해, 비위 행위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적십자는 헌혈 횟수에 따라 포상하고 직급 심사 시 가점까지 부여하고 있다"며 "혈액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혈액관리법은 혈액 제공을 명목으로 재산상 이익이나 대가적 급부를 받으면 징역 5년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원들의 헌혈을 어떻게 보고 있냐는 질문에 김 회장이 "잘 보고 격려도 하고 있다"고 답하자, 전 의원은 "독려한다는 대답이 너무 충격적이다. 김 회장은 5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 의원이 "자신의 피와 바꿔서 승진과 휴가를 얻어야 하는 직원들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느냐. 이는 갑질이다"며 "민주당 이름으로 고발해야 될 것 같다"고 질책하자, 김 회장은 "깊이 생각을 못 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그간 국감에서 지적받아온 횡령, 직장 내 괴롭힘 등 비위행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위 소속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역 봉사회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 장례식장 영정사진 대금 및 허위 염습료 편취, 부산혈액원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진단서 내부망 노출, 동부혈액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기관장 복귀, 성비위 직원 승진 등이 보고됐다.
법률자문 의뢰내역(2022년~2025년, 총 106건)에서도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및 관련자 인사조치 자문 등 인권침해 논란도 제기됐다. 소 의원은 "국민의 헌혈과 회비로 운영되는 기관에서 인권침해와 비위가 반복되는 것은 조직 내부의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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