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음식료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종 내에서도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예외다. 'K푸드'의 글로벌 인기가 주가 상승을 이끄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유안타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음식료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삼양식품을 제외하면 평균 9.8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약 60% 상승한 데 비해 음식료 업종 평균 주가는 약 20% 상승에 그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종 내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다. 최근 K푸드의 글로벌 인기는 단기 트렌드를 넘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라면의 경우 올 3분기 누적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주요 가공식품 수출액도 13% 성장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7%, 중국 33% 등에서 가파른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삼양식품 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브랜드를 앞세워 K푸드 열풍을 주도하는 삼양식품은 미국과 중국,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전체 라면 수출의 약 70%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밀양2공장을 증설했고, 2027년에는 중국 신공장 가동을 통해 현지 생산 체계도 확립할 계획이다.
KT&G 역시 해외 매출 호조에 힘입어 업종 내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KT&G는 올 3분기 매출액 1조8000억원, 영업이익 452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2%, 8.4% 증가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담배 본업 중심의 고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삼양식품의 미국 코스트코 입점률이 크게 확대될 예정이고 중국 춘절 시즌 수요도 맞물려 내년 1분기 실적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며 "KT&G도 해외 궐련담배 고성장, 주주환원정책 강화,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투자 매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이슈로 음식료 수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제품군에서 올 3분기에 일시적 비용 상승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가격 인상 및 판가 전가 등으로 마진 회복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가격 전가력이 높고 라면 자체의 객단가가 낮으며, 고객 충성도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가격 인상에도 수요 감소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장 참여자들이 '해외 기여도'에 따라 기업 가치를 차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해외 매출 성장률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간의 상관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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