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냉전 시대 핵탄두에 들어 있던 고순도 플루토늄을 민간 기업들이 원자력 발전용 연료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가 플루토늄 제공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은 원자력 시설 운영에 필요한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허가를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다. 에너지부의 이번 조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운영 등으로 커지고 있는 미국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앞으로 2년 안에 원자력발전소가 재가동될 예정이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수십억달러가 투자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핵연료가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플루토늄을 상업적으로 사용토록 한다는 점과 플루토늄이 악용될 경우의 위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의 반핵 과학자 단체 '우려하는 과학자들 연합(UCS)'의 에드윈 라이먼 핵발전안전국장은 "플루토늄을 마치 핵무기처럼 보호할 것이라는 보증이 없는 한 도난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이들이 있고 연방정부가 합당한 기준을 부과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다면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오클로'와 프랑스의 '뉴클레오' 등 SMR 개발 기업 2곳은 이번에 플루토늄 사용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전했다. 뉴클레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스테파노 부오노는 플루토늄을 "매우 기꺼이" 사용할 것이라며 "미국은 9만2000t의 사용 후 핵연료를 보유하고 있어 100년간 에너지 독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핵폐기물에 대한 통제권은 법적으로 연방 의회에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방식으로 플루토늄의 사용을 허가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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