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성 총리 시대, 가위바위보로 아내 성 따라 쓴 '퍼스트 젠틀맨'

8선 야마모토 다쿠…정치하다 아내 만나
"장애물 되지 않는 '스텔스 남편'으로 지원"

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64) 총리가 21일 여성으로는 처음 국정 최고지도자에 오르면서 역대 첫 '퍼스트 젠틀맨'이 탄생했다. 야마모토 타쿠 전 중의원(하원) 의원이다.


야마모토 다쿠 전 의원의 법적 이름은 다카이치 다쿠다. 일본은 부부동성제에 따라 법적으로 부부가 같은 성을 써야 하는데, 다카이치 부부의 경우 남편이 아내 성을 따라 쓰고 있다. 두 사람은 성씨를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야마모토 다쿠 전 중의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야마모토 다쿠 전 중의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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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매체 등은 야마모토 전 의원을 혼슈(本州) 중서부 후쿠이(福井)현 출신으로 2021년까지 8선 의원을 지낸 세습 정치인으로 소개했다. 그는 제1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농림수산부 부대신, 자민당 부간사장, 총무회 부회장 같은 요직을 지냈다.


9살 연하인 다카이치 총리와는 20여년 전인 2003년 처음 교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가 당시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하자 비서를 맡던 동생이 다른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 야마모토 당시 의원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게 인연이 됐다.


몇 달 뒤 야마모토 전 의원이 청혼해 이듬해 결혼했다. 그는 2004년 다카이치에게 전화를 걸어 "조리사 자격이 있으니 평생 맛있는 것을 먹게 해 주겠다"고 설득했다. 다카이치는 초혼, 야마모토는 재혼이었다. 야마모토는 전 처와 1남 2녀를 뒀다.

일본이 패전 80년을 맞은 8월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패전 80년을 맞은 8월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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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는 2004년 결혼 소식을 알리는 블로그에서 2003년 중의원 선거 패배 후 야마모토가 "선거 패배 후 기분을 나도 안다"며 자신의 방을 청소해주고, 비서진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소개했다.


둘은 2017년 정치적 입장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다.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야마모토 전 의원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를 지지했다.


이후 2021년 9월 다카이치 총리가 처음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하자 야마모토 전 의원은 전처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그해 12월 둘은 재혼했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


최근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회복 중인 야마모토 전 의원은 수상 관저와 외부 숙소를 오가며 지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마모토 전 의원은 일본 언론들과 전화 인터뷰에서 "다카이치씨가 오늘 국회에서 총리에 지명된 데 우선 안도하고 있다"며 "경제 대책 등 국민적 관심사에 구체적 정책으로 결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첫 '퍼스트 젠틀맨'이 된 데 대해서는 "특별한 감상은 없다"면서도 "일본 첫 여성 총리가 된 아내에게 남편의 존재가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 '스텔스 남편'으로서 든든히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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