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따라 '스프레이 파스'로 벌레 잡으려다 불…아기 살리고 숨진 엄마

중실화·과실치사 혐의 20대 체포

경기 오산시에서 20대 여성이 라이터와 스프레이 파스를 이용해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화재가 발생해 생후 2개월 아기를 둔 30대 엄마가 숨졌다.


21일 경기 오산경찰서는 전날 중실화 및 과실치사 혐의로 20대 여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전 5시 35분쯤 오산시 궐동 한 5층짜리 상가주택 2층 세대에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불이 나자 5층에 사는 30대 여성 중국 교포 B씨가 창문을 통해 대피하던 중 1층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특히 이 여성은 남편과 함께 생후 2개월 아기부터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전 경기 오산시의 한 상가 주택 화재 현장. 경기 소방 당국 제공

20일 오전 경기 오산시의 한 상가 주택 화재 현장. 경기 소방 당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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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창문을 열어 큰 소리로 구조를 요청했고, 바로 옆 건물 같은 층 세대 주민은 아기를 건네받아 생명을 구했다. 이후 B씨의 남편도 창문을 통해 옆 건물로 건너가 탈출에 성공했다. 불이 난 상가주택과 바로 옆 건물은 거리가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량의 연기 탓에 계단 쪽으로는 대피할 수 없게 된 B씨 부부가 불가피하게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주민 8명 역시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 중이고, 14명은 스스로 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면적이 940㎡인 해당 상가주택에는 층별로 지상 1층 음식점, 2~5층 주택(32세대)이 각각 들어서 있다.


20일 경기 오산의 한 상가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창문으로 연기가 퍼져 나오고 있다. 이 사고로 5층에 거주하던 3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20일 경기 오산의 한 상가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창문으로 연기가 퍼져 나오고 있다. 이 사고로 5층에 거주하던 3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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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라이터를 켠 채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 '화염방사기'처럼 불을 뿜어내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화재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음주나 약물 복용 상태는 아니었다. 정신질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는 방법으로 바퀴벌레를 잡으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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