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산하 소속관 열세 곳의 장애인 관람 지원 시설이 시각장애에만 집중돼 있고, 청각장애와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청각장애인 모두를 위한 시설을 고르게 갖춘 곳은 국립진주박물관과 국립제주박물관 두 곳뿐이었다.
손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이 21일 공개한 국립중앙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속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관람 지원 시설조차 부족했다. '촉각·점자·음성 해설' 중 한 가지 방식이라도 전시 전반에 적용한 곳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등 세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소속관은 지원 시설이 열 개 미만이거나, 일부 전시관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촉각 전시물은 어린이 전시관이나 특별전 중심으로 몰려 있어 시각장애인의 관람 경험이 제한되는 실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전시품 5512점 가운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형은 일흔 점으로 전체의 1% 수준에 그쳤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해설 지원도 제한적이었다.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이 쉰 건 이상을 제공한 반면, 대부분의 소속관은 한두 건에 불과하거나 아예 제공하지 않았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발달장애인 관람 지원이다. 국립춘천박물관과 국립제주박물관만이 열 개 이상 지원 시설을 갖췄고, 나머지 기관은 사실상 전무했다. 국립춘천박물관의 경우 시각장애 관람 시설이 288개에 달하지만, 발달장애인 지원 시설은 극히 적어 전반적인 접근성 개선이 시급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속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설이 풍부하지만, 지역관과의 격차가 컸다. 시각장애 관람 지원 시설은 소속관 중 가장 많은 곳보다 약 스물네 배 많고, 청각장애 시설은 네 배 이상 많았다. 반면 발달장애 시설은 오히려 소속관 최대 건수보다 두 건 적었다.
이용 통계 관리도 미흡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전국 소속관 열세 곳 가운데 장애인 이용객 수를 집계하는 곳은 단 세 곳(국립중앙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국립나주박물관)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장애인 관람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개선 방향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2024 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연간 오프라인 문화예술 경험률은 지체장애 41.9%, 청각장애 27.1%, 시각장애 23.3%다. 하지만 박물관 경험률은 각각 5.9%, 8.3%, 6.0%에 그쳤다. 가장 불편을 겪는 문화예술 공간(30.6%)으로 거론됐지만, '다시 방문하고 싶은 문화 활동'으로도 가장 많이 꼽혔다.
손 의원은 "장애인이 문화재를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지만, 현실적으로 그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모든 관람객이 동등하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시각·청각·발달 등 다양한 장애 유형에 맞춘 관람 지원 시설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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