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한 염전에서 수 십년간 강제노동을 한 지적장애인을 경찰이 알고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법적 절차를 밟다 보니 빚어진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단 입장이다.
21일 전남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 장모 씨(66)는 IQ 42의 중증 지적장애인으로 수십 년간 전남 신안군 신의도 한 염전에서 강제노역을 당했다.
장모씨는 20대 후반이던 지난 1988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실종됐는데 불특정 경로를 통해 해당 염전까지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힘든 노동을 하던 중 신안지역 염전 불법 노동 실태에 대한 관계 당국의 점검이 이뤄졌고, 2023년 신안군은 실상 확인 후 경찰과 노동청 등 관계기관에 염전주 A씨를 수사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염전주 A씨는 2019년부터 4년 반 동안 장모씨에게 6,600여만 원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돼 최근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염전이 폐업한 뒤 장씨는 광주 한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7월 병원측은 장씨의 성년 후견 절차 동의 여부를 묻는 우편물을 장씨 직계 가족들에게 보냈고, 장씨 가족들은 장씨를 급히 데려왔다. 장씨 실종 이후 가족들은 장씨가 죽은 것으로 인지한 상태였다. 무려 37년만에 장씨가 가족들과 만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장씨지만 상태는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가 수십 년간 염전에서 노예에 가까운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발톱과 치아는 모두 빠져 있는 등 성한 곳이 없었다.
장씨가 구조될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염전주 A씨가 지난 2014년 또 다른 지적 장애인 B씨를 유인해 착취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은 당시 장씨도 피해자로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장씨는 잠시 보호기관으로 옮겨졌는데, 확인불가 사유로 해당 염전으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3년께 문제가 다시 불거진 뒤 경찰은 재차 장씨를 분리조치하려 했지만 성인이었던 장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두 번째 구조 기회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경찰 관계자는 "당시 사건담당자가 공부상 서류를 확인해 휴대전화 번호가 확인되는 피해자의 가족(남동생)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끊어버렸고 관련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아 연락하지 못한 것이다"라며 "(장씨)장애 여부 확인 후 병원 진료를 받도록 피해자를 수차례 설득했으나 피해자가 완강히 거부했고 보호시설로 옮기는 것도 거부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피해자를 보호시설 등으로 옮길 법적 근거가 없어 분리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남경찰은 염전주인 피의자 A씨를 준사기(장씨 급여통장 무단인출) 혐의로 수사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지난해 6월 13일)했고, 현재 검찰에서 사건이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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