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이나 수율 문제로 포기할 수 없는 기술이기 때문에 재설계를 거듭했다. '이걸 잡아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고집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제 기술 자립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4월 '엑시노스(Exynos) 2600 연내 양산 계획(4월10일자)'을 처음 보도했다. 개발에 관여해온 삼성전자 관계자는 6개월이 지나 양산이 최종 결정되자 이런 반응을 내놨다.
엑시노스는 삼성이 2011년 출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브랜드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번번이 발열·수율 문제를 겪었고 삼성은 갤럭시 휴대폰에 퀄컴의 AP를 병용하거나 전량 채용했다. 지난해 수조 원을 쏟은 전작 엑시노스 2500도 수율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엑시노스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생산한다. 잇단 부진으로 두 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2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 퀄컴이 해마다 AP 가격을 15~20% 인상하며 지출 비용도 급등했다. 삼성에 '기술 자립'은 자존심이자 수익성 담보를 위한 필수 전제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스템LSI·파운드리 실무진은 엑시노스 실패 원인을 두고 서로를 탓하며 갈등을 키웠다. 전영현 DS부문장은 취임 이후 사내에 만연한 '네 탓' 문화를 타파하라고 주문했다. AP 시스템까지 재설계할 것을 지시했다. 엑시노스 2600은 처음으로 시스템온칩(SoC)에서 AP·모뎀을 분리하는 등 새로운 설계를 적용했고, 파운드리 사업부는 전담팀까지 만들어 매달렸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엑시노스 2600 양산에 들어간다. 내부 테스트 결과, 지난달 출시된 아이폰17 프로에 탑재된 A19 프로의 성능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무려 6배 이상 높게 나왔다. 중앙처리장치(GPU) 멀티코어 성능은 15%,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최대 75% 우수했다.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 S26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도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스템 반도체의 부활은 기술 자립과 모바일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거란 기대를 키운다. 오는 25일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 27일은 이재용 회장의 취임 3주년이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라." 1993년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나온 선대회장의 당부는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교훈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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