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종양 꾸며내 미용 시술… 보험금 10억 빼돌린 의사·브로커 검거

종양 개수 부풀려 미용·성형 시술을 받게 해

가짜 종양을 진단하는 등 허위 진료기록을 만들어 10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를 받는 병원장과 브로커, 환자 등 1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허위 진료 기록을 만든 뒤 받은 보험금으로 미용·성형 시술을 받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양 제거 수술방. 부산경찰청

종양 제거 수술방. 부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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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 의료범죄수사반이 20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의료법 위반 혐의로 40대 외과 전문의 A씨와 50대 남·여 브로커 2명을 구속한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A씨의 아버지이자 외과 전문의인 80대 B씨, 브로커 1명, 범행에 가담한 환자 115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23년 2월27일부터 올해 4월까지 브로커를 통해 모집한 환자들과 공모해 허위 진료기록을 만들어 14개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 10억원을 타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가짜 종양을 진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종양 개수를 부풀려 보험금을 더 타내게 했다. 한 환자의 몸에서 실제로는 종양이 4개가 발견됐지만 6개가 나온 것처럼 수정하는 식이다. 이후 수술 증빙 자료를 만들기 위해 기존 종양을 여러 개로 쪼개거나, 종양이 없는 가슴 확대·축소 수술 환자는 해당 수술에서 나온 조직을 맘모톰(유방 조직 시술) 시술 때 나온 조직인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종양 1개당 실손 보험금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부풀린 진료비로 환자들에게 미용·성형 시술을 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A씨는 환자가 허위로 수령한 보험금을 이마 거상 수술, 가슴 성형 등에 사용했다. 또 입원한 암 환자에게 체외충격파나 도수·주사·면역치료 등 비급여 항목을 시행한 것처럼 허위 기록을 만들어 보험금을 적립금처럼 쌓게 한 뒤, 피부 물광 주사나 두피 시술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A씨는 허위 보험금 청구 환자들의 수기 차트를 별도로 작성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병원을 압수 수색해 확보한 자료에는 실제 발견된 종양 외 가짜로 만든 종양에 다른 색깔 팬으로 가필한 흔적이 있었다. 또 원무과 직원들이 사람마다 허위 보험이 적립된 금액을 관리한 장부 등도 발견됐다. 간호사 인계부 등에도 '전산만 10월 28일 수술하는 것처럼 한다고 함' 등 거짓 수술 정황을 입증할 자료가 있었다.


브로커들은 병원 측으로부터 환자 1명당 7∼11%의 알선 수수료를 받거나 A씨로부터 월급을 받으며 환자를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마취된 여성 환자의 가슴 수술 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브로커와 공유한 사실도 확인해 성폭력방지법 위반 혐의로도 입건했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기소 전 추징 보전 신청해 병원장을 대상으로 7억3000만원, 브로커를 대상으로 2800만원 상당을 보전 인용 받았다"면서 "유사한 병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보험협회와 금감원 등 관계기관과 연계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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