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가 당장 실행할 수도 없는 보유세 카드를 '간보기'처럼 꺼내놔서 시장만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최근 정부의 보유세 공론화와 관련해 정책 수장들의 '말 잔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보유세를 올리면서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이라던데, 정말 그렇게 하면 '정부 말 안 듣고 아파트를 사재기한' 다주택자들에게 출구전략만 마련해주는 꼴"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 인구구조 변화나 고령층 현실을 외면하고 '종합부동산세'를 건드려 역풍을 맞았던 일과 비견된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안 된 현재, 시장의 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8월 시사했던 '보유세 강화' 철학이 10·15 대책 발표와 함께 '보유세·거래세 조정 검토'라는 표현으로 공식화하면서다. 며칠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등 정책 핵심 인사들은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공식 석상에서 거듭 언급하고 있다. 10·15 대책의 효과를 검증할 틈도 없이 세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정치권도 제각각 해석을 내놓으며 시장에 주는 신호를 더욱 엉키게 만드는 형국이다.
여당에서는 "보유세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보유세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어설픈 정책"이라는 반론이 동시에 나왔다. 당정의 엇박자에 부동산 정책 핵심 파트너인 서울시까지 가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유세 강화는 오히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기조를 정면 비판했다. 야당도 "한마디로 부동산 테러"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결국 민주당은 22일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앞두고 "세제는 논의하지 않는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정책 방향이 흔들리면 국민은 정부 의도를 믿지 않게 된다. 결국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정책이라면 지금 움직이는 게 낫다"는 심리가 확산하고, 다시 투기적 수요를 자극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 상황을 두고 "정부의 시장 통제 의지가 지나치게 강하다 보니 정치권으로 불안이 옮겨붙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지역 여론을 의식해 정책 기조를 바꾸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세금 정책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흔들리고 대책의 일관성이 무너지면 국민은 판단 기준을 상실한다. 국민이 알고 싶은 건 정부나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장의 세금에 대한 철학이 아니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이미 불가능해진 것일까' 하는 나의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다. 시장 불안을 잡는 길은 일관된 신호와 명확한 로드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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