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법관 3년간 4명씩 증원' 사법개혁안 발표…사법부 압박 최고조

與 "李, 차기대통령과 차기 대법관 임명 수 같아"
대법관 추천위·법관 평가 위원 추천 다양화
정청래 "사법부 신뢰 땅에 떨어진 건 사법부 책임"
법안 처리 때 여야 충돌 불가피…野 "권력형 개악"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매년 4명씩 3년간 증원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사개특위에서 논의되지 못한 '재판소원' 제도는 당 지도부가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사법부의 자업자득이라며 대법원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다만 법조계뿐만 아니라 야권에서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등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 방탄용'이라고 비판해온 만큼 법안 처리 때 충돌이 예상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사개특위 사법개혁안 발표에서 "정치적 중립을 천금같이 여기는 사법부로 거듭나야 한다"며 사법개혁 6대 의제를 발표했다. 6대 의제에는 사개특위가 마련한 대법관 증원 외에도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과 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추진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판소원' 도입이 담겼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0 김현민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0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대법관 수 증원과 관련해 백혜련 사개특위 위원장은 "이 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행된다. 대법원은 6개 소부와 2개의 연합부로, 실질적인 전원합의체 2개의 구조로 재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의 전문성, 다양성을 높이고 심리 충실도도 높여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을 두텁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법관 추천위원 수를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추천위원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위원을 포함한다. 그간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이 추천위원을 맡았다면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서 추천하는 법관 2명(1명은 여성)이 맡고, 각 지방변호사회 과반수가 추천하는 1명도 추가된다. 사개특위 간사인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구성이 성별, 지역, 경력이 다양하게 반영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법관 평가제도도 근무성적 평가와 자질평가로 나뉘고, 인사위원회 구성도 기존 대법원장의 3인 추천에서 대법원장·법관회의·전국 법원장회의 각 1인씩 추천으로 변경한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 2인 몫도 변협 회장 추천 1인, 지방변호사회 추천 1인으로 바꾼다. 이 의원은 "국회 추천 몫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그런 것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의 경우에도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을 열람 복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판결문 공개 확대 조치는 2000년 8월1일 이후 선고된 사건부터로 소급적용할 예정이다. 압수수색 영장 심문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수사 신속성과 보안성 유지가 우려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된다.


앞서 민주당은 정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백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개특위를 꾸리고 두 달 넘게 사법개혁안을 준비해왔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재판소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라는 반발이 나오면서 사개특위안에서 제외됐으나 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해당 법안을 발의하는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법원의 재판이 헌재의 심판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해 국민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의 절차를 지키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국민 기본권이 침해된 것이 명백한 경우"라고 소개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0 김현민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0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민주당은 고강도 사법개혁안의 책임이 사법부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 대표는 이날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책임"이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차와 중립을 지켜야 할 사법부가 졸속 재판하며 대선 개입을 한 정황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조 대법원장은 (국정감사 등에서) 증인 선서와 증인 질의응답을 일절 거부하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말 바꾸기를 하며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며 "자신들은 법을 안 지키면서 다른 사람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위선이고 자가당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대선 국면이던 지난 4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한 대법원과 대선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접견설이 제기된 조 대법원장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야권에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대법관 수가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인 문제도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백 위원장은 "계산해보면 이 대통령 임기 중 임명되는 대법관은 총 22명이고, 다음 대통령 역시 22명을 임명한다"며 "사법부를 사유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간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은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사법권을 틀어쥐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한 만큼 법안 통과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자 정권의 분풀이가 이제 사법부를 향하고 있다.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사법부 목줄을 쥐려는 권력형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이 대법관을 20명에서 32명으로 늘려 사법부를 장악한 뒤 결국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반면 미국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대법관 증원 시도를 여당이 스스로 막으며 헌정을 지켜냈다. 민주당은 그 차이를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