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최종 면접까지 간 회사인데 올해는 서류 전형에서도 탈락했어요." 취업 삼수생인 A는 작년 서류 합격률의 반의반도 안 되는 결과를 받고 나니 '길 없는 길'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문과지만 명문대 출신이고, 어학 점수도 최상위, 지원 회사와 업종이 다르긴 하지만 인턴 경험도 있는데 서류조차도 어렵다니.
실제 9월 통계를 보니 15~29세 청년 고용률은 전 연령대에서 최하위인 45.1%로 17개월 내내 전년 대비 감소 중이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제조, 건설, 유통업의 감소 폭은 더 커서 45.1%라는 수치도 보건, 숙박, 여가업종 덕분이었다. 현실이 이러니 '그냥 쉬었음' 청년층이 50만명에 육박하고, 대부분의 취업 삼수생이 작년보다 낮은 서류 합격률을 받을 수밖에.
취업은 야속하게도 준비 기간이 길수록 승률이 낮아진다. 재수생과 삼수생에게 유리한 수능과는 반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게임을 해야 하는 취업 장수생은 그 막막한 강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 취업 현장 전문가들과 선배들의 조언을 종합해보자.
우선, 급한 마음에 지원 업종을 횡으로 잔뜩 늘리는 건 아닌지 살펴보자. 같은 해외영업 직무라도 반도체와 철강은 업의 본질이 다르기 때문에 취준생이 갖춰야 할 소양도 다르다. 반도체만 해도 8대 공정부터 고객사와 경쟁사 파악까지 면접을 위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는 데만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삼성전자에 불합격했다면 포스코로 바꿀 것이 아니라 반도체 1, 2차 벤더사나 부품사를 조사해서 지원하는 것이 승률이 높다는 얘기다. 업종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개별 기업 공부는 짧은 시간에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려면 업종의 생태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상장기업 업종 지도'라는 책이 권할 만하다. 국내 2400여개 기업을 25개 업종으로 분류한 뒤 한 장짜리 맵으로 밸류체인을 그려놓았다. 실제로 완성차 회사만 노리던 친구는 이 업종 지도를 보고 국내 차체 제작 1차 벤더사에 지원, 합격했다. 제조업은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 많기 때문에 전공자들조차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알짜 기업이 수두룩하다. 장수생이라면 이전에 지원했던 기업과 같은 업종이면서 밸류체인 밑단에 있는 기업들을 공략해보자.
공기업 지원도 마찬가지다. 실컷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준비해놓고 안 되니까 사기업까지 기웃대면 이도 저도 힘들다. NCS 기반으로 뽑는 국공립 병원 직원과 대학 교직원까지 세로축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른 전략이다.
두 번째로는 다소 황당하겠지만 '힘들고 몸 쓰는' 아르바이트를 하라는 것. 취준이 길어지고 있다면 면접관의 기억에 남는 '한방'이 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 문과라면 특히 "관련 경험이 없으시네요?"라는 질문 앞에서 작아지기 쉬운데 이를 무너뜨릴 강력한 무기가 '몸으로 견딘' 아르바이트 경험이다. 업종 불문하고 근성과 책임감, 멘털과 체력은 중요한 자질이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물류 상하차, 어르신 봉사, 건설 현장의 막노동 등이 의외의 힘을 발휘하는 것. 자신도 '힘든 일을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겨 취업에 도움이 되었다는 게 선배들의 얘기다.
마지막으로 '실제 100곳을 지원했는가' 자문해볼 것. 불합격 소식에 지쳐서, 지방이라서 스스로 거른 곳은 없었는지.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한 탓에 여러 번 구인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어 애태우는 기업도 있다. '경력 같은 신입만 원한다'고 낙담하기 전에 '독도라도 가서 경력을 쌓겠다'는 자세로 지원한다면 반드시 기회는 열린다.
이숙은 취업의뼈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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