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빨간 바지 마법'이 통했다.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78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엮었다.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로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20언더파 268타)를 4타 차로 따돌렸다.
김세영은 2020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약 5년 만에 통산 13승째를 수확했다. 나흘 동안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4만5000달러(약 4억9000만원)를 받았다. 올해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6승 합작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1회 대회였던 2019년엔 장하나, 2021년엔 고진영이 우승했다.
김세영이 바로 한국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이끌던 선수다. 2015년 LPGA 투어에 데뷔해 곧바로 3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랐다. 2016년 2승, 2017년과 2018년 1승씩을 올리며 꾸준히 활약했다. 2018년 7월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선 31언더파 257타를 작성해 LPGA 투어 72홀 역대 최저타 및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웠다. 2019년 3승, 2020년엔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김세영은 2021년부터 주춤했다. LPGA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마감했다. 2023년엔 끝없이 추락했다. 22개 출전 대회 중 단 두 차례만 톱 10에 들었다. 미국 진출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김세영은 "그동안 거뒀던 성과에 안주해 좋은 성적이 안 나왔던 것 같다"며 "힘들었던 시기"라고 떠올렸다.
2024년부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우승은 나오지 않았으나 2위 1회, 3위 3회 등 우승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우승 전까지 7차례 톱 10에 진입하는 일관성을 자랑했고, 마침내 '땅끝마을' 해남에서 길고 길었던 무승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김세영은 이날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바지를 입고 나와 그토록 갈망하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마지막 라운드마다 빨간색 바지를 입고 출전해 극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고 불렸다. 해남 인근인 전남 영암군에서 태어난 김세영은 가족 친지들 앞에서 우승해 더욱 의미가 컸다.
김세영은 "늘 가족 앞에서 우승하고 싶었다. 이번에 우승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 한국팬에게 좋은 기운을 드린 것 같아서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웃음) 오늘도 안되면 빨간 바지는 다시 안 입을 생각이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입어야 할 것 같다"며 "좋은 성적을 올려 세계랭킹을 빨리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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