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로 징역 살았던 오스카 와일드, 130년만에 명예회복

영국도서관 출입증 130년만에 재발급

영국 국립도서관(대영도서관)이 1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대문호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도서관 출입증을 재발급했다. 생전 동성애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취소당한 이후 130년 만이다.


연합뉴스는 17일 영국 BBC 방송을 인용해 와일드의 친손자이자 작가인 멀린 홀런드(79)가 영국도서관(The British Library)의 새 출입증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출입증의 유효기간 만료일은 와일드의 사망 날짜인 1900년 11월 30일로 표시돼 있다.

새로 발급된 오스카 와일드의 영국도서관 출입증. 영국도서관 제공 연합뉴스

새로 발급된 오스카 와일드의 영국도서관 출입증. 영국도서관 제공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오스카 와일드는 아름다움을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두는 유미주의 사조를 대표하는 작가다. 1888년에 발표한 동화집 '행복한 왕자'는 그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1891년에 발표된 유일한 장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탐미주의와 도덕적 타락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며 큰 논란과 함께 명성을 안겨줬다.


1890년대는 빅토리아 시대 런던 사교계를 풍자하는 희곡을 발표했다. '윈드미어 부인의 부채'(1892), '아무도 아닌 여자'(1893), '이상적인 남편'(1895) 등은 당시 연극계를 사로잡았다.


1895년 동성애 혐의로 기소

오스카 와일드의 영국도서관 열람실 출입금지 조치 기록. 영국도서관 제공 연합뉴스

오스카 와일드의 영국도서관 열람실 출입금지 조치 기록. 영국도서관 제공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후 1895년 동성애 혐의로 기소됐다. 와일드는 16살 연하인 동성 애인과 교제하던 중 이 관계를 끊도록 요구한 애인의 아버지인 제9대 퀸스베리 후작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가 거꾸로 패소하고 동성애 행위 증거가 드러나면서 징역형에 처해졌다. 이후 2년간의 수감 생활도 했다.

당시 영국 법은 동성애를 '극도의 음란 행위'로 규정하고 있었다. 영국 국립도서관 전신인 대영박물관 도서관 이사회는 투옥 이후 그의 출입을 금지했다. 당시 규정상 범죄 유죄 판결자는 도서관 출입 자격이 박탈됐다.


출소 후 파리로 건너간 와일드는 필명 세바스찬 멜모스로 쓸쓸하게 여생을 보냈다. 그는 1900년 11월 30일 파리에서 46세의 나이로 가난과 병고 속에 생을 마감했다.


와일드의 유일한 손자녀인 홀런드는 새 출입증에 대해 "용서라는 아름다운 손짓"이라며 "그의 영혼이 틀림없이 감동하고 기뻐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럴 블랙 영국도서관 이사장은 와일드에 대해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문학 인물 중 하나"라며 이번 출입증 재발급으로 와일드를 추모하는 동시에 "그가 부당함과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