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행기 타지 마세요"…캄보디아행 10대 막은 항공사 직원

고수익 알바 유혹에 속은 청년
직원의 설득으로 출국 포기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로 향하려던 10대 남성이 항공사 직원의 설득 끝에 출국을 포기했다. 휴학생인 이 남성은 고수익 일자리를 찾아 현지를 방문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구금 사태가 발생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1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캄보디아행 항공편 탑승구에서 인천국제공항 경찰단 대테러기동대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구금 사태가 발생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1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캄보디아행 항공편 탑승구에서 인천국제공항 경찰단 대테러기동대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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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캄보디아 프놈펜행 항공기를 타려던 대학생 A씨(18)가 대한항공 탑승수속팀 서비스 매니저 박진희씨 등의 만류로 출국을 취소했다. 이는 경찰이 15일 인천공항 여객기 탑승구 앞에 경찰관을 배치하기 하루 전 벌어진 일이다.

박씨는 A씨의 항공권 정보에 중국 국가번호(+86)가 포함돼 있거나 비상 여권으로 편도 항공권만 소지한 점 등을 수상히 여기고 여행 목적 등을 질문했다. 당시 프놈펜 지역은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가 내려져 있어 긴급한 용무가 아니면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이 권고된 상황이었다.


부산에서 온 A씨는 돈이 필요해서 휴학 중이고, 친한 친구가 초등학교 때 중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캄보디아로 놀러 오라고 해서 만나러 가는 것이라며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씨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알고 있나"라고 묻자, A씨는 "어머니와 통화했고 조심해서 다녀오라,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하라고 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항공사 측은 A 씨에게 프놈펜으로 출국하기 위해선 왕복 항공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A씨는 왕복 항공권을 구입해 다시 출국 수속을 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공항 안내데스크로 가서 112 신고를 부탁했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에게 보복 위험이 없도록 주민등록을 말소하고 은행 계좌를 정리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경찰이 A씨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의 휴대전화로는 "빨리 출국하라"는 취지의 협박 전화가 걸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사례를 파악한 박 의원실은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여행사들을 상대로 공문을 보내 캄보디아행 출국자들에게 위험 상황을 안내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찬대 의원은 "항공사 직원의 세밀한 관찰이 한 청년을 해외 취업 사기에서 구한 사례"라며 "은행 창구에서 보이스피싱 차단을 돕듯 공항·항공사·여행사도 출국 전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선제적으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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