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사탕향 등 달콤한 향으로 흡연 욕구를 자극하는 '가향담배'가 국내 담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신규 흡연자를 유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된다.
17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가향 담배 총체적 분석 및 규제방안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향담배 판매량은 2011년 2억7000만 갑에서 2023년 16억8000만 갑으로 약 6.2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담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1%에서 46.5%로 치솟았다.
특히 필터 속 향 캡슐을 터뜨려 맛을 내는 '캡슐담배'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11년 7000만 갑이던 판매량은 2023년 13억7000만 갑으로 늘며 19.6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가향 담배는 담배 특유의 거부감을 줄여 청소년과 신규 흡연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가향담배가 '흡연의 긍정적 경험'을 강화해 금연을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향담배 사용자는 비(非)가향 담배 사용자보다 금연 성공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연구진이 '한국형 SAVM 모델'을 이용해 정책 효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부터 가향 담배 규제를 시행할 경우 2034년 남성 흡연율은 18.3%, 여성은 2.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현행 정책을 유지할 때보다 각각 2% 포인트, 0.4%포인트 낮은 수치다.
2015년 담뱃값 인상으로 남성 흡연율이 3.8%포인트 감소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향담배 규제 역시 가격 정책에 준하는 금연 유도 효과를 가질 것으로 평가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등은 이미 멘톨 등 가향 물질 첨가 담배를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청소년 보호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실효성 있는 가향담배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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