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감별 30년, 서예가 됐다"...이동천, '천상운집' 展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서 개최
17~26일

서예가 이동천(60)의 첫 서예전 '천상운집'(千祥雲集)이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열린다. '천상운집'은 '좋은 기운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뜻으로, 30년간 위작 속 숨은 진품을 발굴한 감식안을 바탕으로 구현한 독자적 서체 52점을 선보인다.

이동천 작가가 16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첫 서예전 ‘천상운집’(千祥雲集)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본인 제공

이동천 작가가 16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첫 서예전 ‘천상운집’(千祥雲集)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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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50년 서예 인생에서 처음 갖는 개인전으로, 너무 늦었지만 제대로 하고 있다는 만감이 교차한다"며 "나의 서체 변화의 핵심은 위작과 진품을 감별하며 쌓은 '진짜를 보는 눈'에서 비롯된 '전번필법(轉飜筆法)'에 대한 확신"이라고 강조했다.


전시회에서는 중국 동진 시대 서예가 왕희지 등 거장들의 필법 연구를 통해 작가가 재창조한 독자적인 서체의 작품 52점이 공개된다. 특히 작가가 1995년 완성한 '이동천 위체서 천자문'을 비롯해 직접 창안한 필체로 쓴 '일기일회(一期一會)', 중국 태산 금강경의 글씨체를 응용한 '대도무문(大道無門)' 등을 볼 수 있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 '꽃피는 봄이 오면' 등 한글 작품도 포함됐다.

이 작가는 자신의 서예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그는 흔히 궁궐 여성들이 썼다고 해서 가볍게 여겨지던 한글 궁체가 사실은 왕희지(王羲之)로부터 이어진 대가들의 '전번필법'이 그대로 적용된 것임을 밝혀냈다. 단순히 글꼴이 아닌, 붓의 회전과 면의 변화를 통한 깊이 있는 필법이 궁체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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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숭례문 현판의 글씨를 예로 들며, 기존 서예 교육 방식이 붓을 눌러서 그대로 내리는 방식에 머물러 대가들이 실제로 구사했던 붓의 '파고듦'과 '회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심도 있는 필법 이해가 자신의 독자적인 서체를 완성하게 했으며, 이는 서예는 대칭이 핵심이라는 중국 서예가 채옹의 이론, 즉 자연의 질서인 음(陰)과 양(陽)의 형태와 기세를 글씨에 담아내는 것으로 구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초서로 이름을 날렸을 정도로 서예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오랫동안 개인전을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모든 서체를 연구하고 섭렵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환갑의 나이에 이르러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작품을 선보여 기쁘다"고 덧붙였다.

함세웅 원로신부의 서예 스승으로도 알려진 이 작가는 1999년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국 서화 감정 전문가 양런카이(楊仁愷)로부터 서화 감정학을 배웠다. 2001년 명지대에 국내 처음으로 예술품 감정학과를 개설했고, 왕희지에서 추사 김정희에 이르는 서예 거장들의 필법을 분석한 '신 서예'(2023)를 펴내기도 했다.


이 작가는 2008년 1000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가 위작이라고 주장했고, 2016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한 천경자 화백의 작품 '뉴델리'가 위작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대 대학원에서 작품 감정론을 강의했으며, 현재 중국 랴오닝(遼寧)성박물관 해외특빙연구원이자 문화재감정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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