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15 부동산대책으로 또다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인터넷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계속되는 규제 강화로 그간 강점을 보이던 주택담보대출을 공격적으로 영업하기가 어려워지면서 3분기 실적도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3분기 순이익은 1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5.1% 성장한 126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매 분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었다.
KB증권은 카카오뱅크가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순이자 이익 감소를 비이자이익 증가로 충분히 상쇄하지 못하고 있고,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같은 분석치를 제시했다. DB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순이익 전망치(1152억원)를 내놨다.
인터넷은행들은 전체 여신 중 가계대출 비중이 90%가 넘는다.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2분기 기준 42조262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94%에 달한다. 케이뱅크도 상황이 비슷하다. 케이뱅크의 가계대출은 15조7927억원으로 총 여신의 약 91% 수준이며 아직 주담대를 출시하지 않은 토스뱅크도 가계대출 잔액 13조7285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약 91%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계속되면 인터넷은행들의 영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6·27 대책 때는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전방위로 가계대출을 조였다.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기존 6억원이었던 한도마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주담대 한도가 줄었다.
실제로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비이자 부문 수익으로 내고 있지만 가계대출 수익 감소를 만회할 정도 아니다"며 "수신이 늘어나는 만큼 대출을 늘릴 수 없다 보니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등 자금 운용을 통한 수익과 투자상품 소개 수수료 등으로 메꾸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가 지속되면서 인터넷은행들은 기업 대출 등으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다만 대면 영업이 없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기업 대출 역시 시중은행 대비 성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게다가 중·소상공인 위주의 고객군 탓에 건전성 관리도 숙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개인사업자 담보대출로 활로를 찾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4분기에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을 출시해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개인사업자가 가진 부동산 담보 물건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신청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구현했다. 부동산 등 담보가 있는 대출은 비교적 '안전한 대출'로 분류된다.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 악화 시 연체율 상승으로 직결돼 은행 건전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케이뱅크도 개인사업자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2023년 말 100만명이었던 개인사업자 고객은 지난달 200만명으로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케이뱅크는 이미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운영 중이다. 업계 최저 수준의 금리(연 3.2%)를 비롯해 비대면, 편리성을 강점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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