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공모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7일 오전 10시 이 전 장관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 재판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팀은 "피고인은 12·3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어떤 임무도 수행한 바 없다고 한 것과 달리 시간대별 봉쇄계획에 따라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함으로써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했고, 행안부 장관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소방청 직원들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준비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공소사실 요지를 밝혔다.
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며 "그 결과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행위로 인해 헌정질서와 법치주의가 파괴됐고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으며, 상당 기간 국민들 앞에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특검팀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정무적으로 부담되고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명확히 했다"며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있어서 계엄선포는 이미 벌어진 객관적인 상황으로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라며 "행안부 장관으로서 계엄 상황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조치와 관련해 전화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소방청 관련 문건을 봤고, 거기 기재된 일이 곧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통화 내용 역시 국헌문란을 위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게 아니라 만에 하나 그 문건과 관련된 사안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의 지시가 있더라도 안전에 유의하라고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경찰과 협의하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소방청 관계자, 경찰청 관계자, 국무위원 순으로 증인신문을 한 뒤 계엄선포 당일 밤 이 전 장관의 행적을 증언할 수 있는 수행비서, 보좌관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무위원들에 대한 증인신문 전에는 계엄 당일 대통령실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에 대한 증거조사가 선행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변호인은 "공소사실의 시간 기록대로 증인신문을 하기 희망한다"며 "CCTV 공개에 대해서도 사전에 원본을 제출받아볼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계엄 당일 행적 관련한 부분을 먼저 확인하고 그걸 기준으로 소방청장 등에 대한 지시 내용을 확인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오는 24일 2차 공판을 열고 이 전 장관의 운전비서관 등 3명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평시 계엄 주무 장관으로서 대통령이 자의적인 계엄 선포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 윤 전 대통령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경찰청과 소방청에 전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이 없고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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