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기암 환자면"…성인 10명 중 9명 '연명치료 거부'

'안락사' 35.5%·'조력자살' 15.4%
'연명 의료 지속'은 7.8% 그쳐

자신이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일 때 '연명 의료를 지속하겠다'고 답한 성인은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연명 치료를 중단하거나, 안락사·의사 조력자살처럼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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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따르면, 성누가병원 김수정·신명섭 연구팀과 서울대 허대석 명예교수는 지난해 6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 호에 실렸다.

설문에서 '본인이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결정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1.3%는 불필요한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연명의료 결정'을 택했다. 이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무의미한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의미한다.


이어 35.5%는 안락사를, 15.4%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의사 조력자살'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안락사와 의사 조력자살은 모두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의사가 죽음을 유도하는 약물을 처방하는 방식이지만 차이가 있다. 안락사는 의료인이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반면, 의사 조력자살은 환자 스스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이러한 선택은 국민 다수가 단순히 삶을 끝내겠다는 것보다, 더 이상의 고통을 연장하지 않고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태도를 존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반면 연명치료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7.8%에 그쳤다.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연구진은 "국민 다수는 삶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고통의 연장을 거부하는 결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조사 과정에서 '연명의료 결정', '안락사', '의사 조력자살' 같은 개념에 대한 인식 혼란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존엄사'라는 표현은 객관적 의료 행위를 특정하지 않고, 다양한 개념을 혼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엄사는 일반 대중에게는 긍정적 이미지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로는 안락사나 연명의료 중단 등 서로 다른 의료 행위를 뒤섞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은 "존엄사라는 표현은 따뜻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안락사와 연명의료 결정을 뒤섞는 위험한 언어적 착시를 일으킨다"며 "통일된 용어 체계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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