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가 집중된 서울 강북구·관악구·구로구 등 외곽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능 금액이 마포·성동·광진·강동 등 집값 급등지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일괄 규제지역으로 묶은 결과다. 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70%에서 40%로 올라가면서 10억원 안팎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외곽 지역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투기 억제하겠다고 내놓은 규제가 오히려 무주택자의 '서울 입성'을 막아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록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 7420건을 대상으로 대책 전후 주담대 한도를 모의 측정한 결과, 대책 이전에는 실거래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주담대 대출가능액이 5억3682만원이었다. 대책 이후에는 3억6588만원으로 평균 1억7094만원 가량 줄었다.
이 같은 수치는 대책 이전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규제지역은 LTV 40%(6억원 한도), 비규제지역은 LTV 70%(6억원 한도) 적용해 나온 결과다. 대책 이후의 가능금액은 LTV 40%를 적용하되 주택가격별로 15억 이하는 6억 원 한도, 15억 초과~25억 원은 4억원 한도, 25억 초과는 2억원 한도를 각각 반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LTV 40%(4억원)와 6억원 한도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규제가 적용된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의 주담대 한도가 가장 많이 축소됐다. 기존 5억4810만원에서 3억2698만원으로 2억2112만원 감소했다. 서초구(5억2096만원→3억214만원, 2억1882만원 감소)도 2억원 이상 줄었다. 1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구와 서초구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외곽지역의 감소 폭도 컸다. 관악구(-1억8872만 원), 강북구(-1억8606만 원), 구로구(-1억8134만 원), 중랑구(-1억7764만 원), 은평구(-1억7432만 원)는 모두 서울 평균(-1억7094만 원)보다 대출 가능 금액이 확 줄었다.
집값 급등 지역보다 대출을 더 못 받게 됐다. 마포구(-1억6522만 원), 성동구(-1억6887만 원), 광진구(-1억5383만 원), 강동구(-1억6843만 원), 영등포구(-1억6970만 원), 동작구(-1억5780만 원) 등 이른바 '한강벨트'의 대출 가능 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풍선효과'를 막겠다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일괄 같은 규제를 적용한 결과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아파트의 대출은 기존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15억원 아파트는 기존과 동일하게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관악구와 강북구, 구로구, 중랑구, 은평구는 모두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 원 이하인 지역이다. 반면 마포·성동·광진 등 한강벨트 지역은 6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 거래가 많다. 마포구의 경우 지난달 실거래 463건 중 10억~15억원대 거래 비중이 45.3%(210건)에 달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고가 지역은 현금 비중이 높아 대출 제한이 의미가 없지만, 외곽지역은 '풀 대출'을 전제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라 타격이 크다"며 "심지어 한강벨트보다도 대출금액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있을 것을 정부가 알면서도 외곽지역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투기세력을 잡는다면서 외곽지역을 시작으로 서울에 입성하려는 무주택 서민까지 붙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한도가 차등 적용되면서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출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10억원~15억원 사이 금액대 아파트의 '15억원 키 맞추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일부 실수요가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유입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자금 유동성이 높아져 15억원을 기준으로 집값 키 맞추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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