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700선마저 뚫어내며 또다시 축포를 터뜨렸다. 그동안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현대차 등 자동차주들이 한미 무역 협상 타결 기대감에 모처럼 불기둥을 내뿜으면서 지수를 밀어 올렸다. 시장 주도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상승 동력이 견조한 만큼 코스피 4000 달성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2.49% 상승한 3748.37에 장을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기록한 장 중 사상 최고치(3659.91)를 하루 만에 갈아치우면서 4000까지 약 250포인트만을 남겨두게 됐다.
특히 자동차 업종(+7.58%)의 약진이 돋보였다. 그간 발목을 잡아 온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난 것이다. 현대차 는 8.28% 치솟았고, 기아 도 7.23% 뛰며 시총 10위권 안을 사수했다.
그간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주는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대형주들이 앞다퉈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와중에도 빛을 보지 못했다. 15%의 관세를 물고 있는 독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경쟁국보다 불리한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서다. 9월1일~10월15일 KRX 반도체 지수가 40% 뛰는 동안 KRX 자동차 지수는 2.78% 하락하며 전체 KRX 지수 가운데 수익률이 최하위권에 머물기도 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관세 타결 시 미국 마켓 셰어 증가와 영업환경 개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등의 모멘텀 부각으로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예상된다"며 현대차와 기아의 적정 주가를 각각 40만원, 23만원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12%)이 이미 혼다와 닛산을 앞서고 있는 만큼 일본 업체와의 관세 격차가 사라지면 눌려 있던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연말부터 자사주 매입도 기대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5~2027년 실적에 대해 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임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매입부터는 보통주와 우선주의 괴리율을 축소하기 위해 우선주 매입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며 현대차 우선주에도 투자 기회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현대차우와 현대차3우B 모두 주가가 5% 넘게 오르며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외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고, 대내적으로는 3분기 호실적과 3차 상법 개정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스피 4000 달성을 향한 낙관론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6년 코스피는 지수 3300~4000 밴드 내 중립 이상의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컴백홈'이 내년 '사천피' 도전기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6년과 2027년의 순이익 추정치 변화가 코스피 지수와 강한 상관성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며 "현재 코스피 순이익 추정치는 2026년 251조원으로, 상승 케이스 평균인 15.3%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2027년 순이익 307조원 및 코스피 4216 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 갈등과 환율은 변수로 꼽힌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부정적이고, 원·달러 환율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라며 "다만 이러한 무역 불확실성은 실무진 논의와 과거 학습효과로 인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제한적이고, 원·달러 환율 레벨이 1500원에 다다르지 않는 한 현재 강세장 분위기가 뒤집힐 확률은 낮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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