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몸집 키운 韓버거 시장…美 서부 상징 '인앤아웃', 진출 머뭇 '왜?'

'냉동은 없다' 원칙 고수
품질 유지 위해 글로벌 확장 최소화
좁은 국토·발달한 물류망 등 협상문 여전

국내 햄버거 시장이 5조원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미국 서부의 상징 '인앤아웃 버거'만 한국 시장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가 잇달아 국내에 상륙하며 버거의 고급화 흐름을 이끌었지만, 인앤아웃은 '냉동은 없다'는 원칙 아래 품질 유지를 위해 확장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식 업계에서는 인앤아웃의 향후 정식 진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브랜드 도입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앤아웃은 전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버거 450인분을 한정 판매했다. 팝업스토어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단 4시간만 운영했지만, 오전 10시쯤 이미 입장 인원 500명이 마감되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팝업에는 백화점과 식품 업계 상품기획자(MD)들의 발길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인앤아웃 버거가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만큼국내 유통업계의 러브콜이 잇따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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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캘리포니아에서 해리·에스터 스나이더 부부가 창업한 인앤아웃은 현재 손녀 린지 스나이더가 경영을 맡고 있다. 쉐이크쉑(2004년), 파이브가이즈(1986년)보다 역사는 길지만 매장은 서부 지역 중심으로 350여개에 불과하다. 창업 가족이 경영권을 유지하며 '품질 중심' 원칙을 고수하면서다.


"냉동은 없다."

인앤아웃의 철학은 단순하다. 패티는 절대 얼리지 않고 냉장 상태로만 보관하며, 감자튀김도 주문 즉시 통감자를 썰어 튀긴다. 이 때문에 '신선한 재료를 당일 배송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만 매장을 출점했다. 해외 진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2012년부터 2~3년에 한 번씩 다섯 차례 팝업스토어를 선보였을 뿐, 매장은 없다. 해당 팝업스토어 역시 미국 본사가 직접 운영하고 재료도 현지에서 공수해 신선도 원칙을 그대로 적용했다.


업계에선 인앤아웃의 꾸준한 팝업스토어가 상표권 방어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현행 상표법상 등록 후 3년간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 누구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인앤아웃은 이미 한국에 상표를 등록했고, 정기적으로 팝업 행사를 열어 '실사용'을 입증함으로써 법적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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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진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한국은 국토가 좁고 물류 인프라가 촘촘해 '신선 배송망' 구축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인앤아웃의 운영 철학과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인 기업이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경우 협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화그룹 3남 김동선 부사장이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롯데를 포함해 국내 대기업 유통사들이 앞다퉈 인앤아웃 측에 높은 수준의 액수를 제시하며 브랜드 도입을 제안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며 "고물가에 소비가 움츠러들었지만, 여전히 해외 버거 브랜드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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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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