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국내 전력기기 산업에 '암전' 오나

5600억 한전 입찰 담합 의혹
효성重·HD현대일렉 등 압수수색
檢 "전기료 인상, 소비자 피해"

국내 전력기기 산업이 수주 호조를 이어가는 시점에 검찰이 한국전력공사 설비 입찰 담합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기술 요건이 까다로운 산업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조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회복세를 이어가던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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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조계와 전력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전날 효성중공업·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일진전기 등 전력기기 업체 6곳과 1개 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자료 분석 후 관련자 소환조사와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수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391억원을 부과하고 고발한 사건으로, 이들 업체는 2015∼2022년 한국전력의 5600억원 규모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에서 낙찰 물량을 미리 나눈 뒤 순차적으로 낙찰받은 담합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담합 행위로 인해 가스절연개폐장치의 낙찰가가 상승했고 전기료가 인상되는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과 공정위의 판단이다.


업계는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가스절연개폐장치는 발전소나 변전소에서 과전류를 차단하는 핵심 장비로, 기술 장벽이 높아 제작 기업이 제한돼 있으나 실제 담합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한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와 검찰이 주장하는 피해 사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 이미 충분히 소명했다고 판단했는데,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것은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최근 조직이 해체 수순에 들어간 상황에서 검찰이 이 사건을 무리 없이 수사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폐지가 확정됐다. 그간 검찰이 갖고 있던 기소 기능은 신설되는 공소청에,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한다. 밖에서 운영되고 있는 3대 특검으로의 파견까지 겹치며 최근 검찰은 수사에 나설 인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수사에 밝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업 담합 비리 의혹은 수사 대상이 많은 특성상 그만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공정거래조사부의 여력이 충분한 상황인가가 수사 전반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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