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아침 식사 바꿔야겠어요" 3년 동안 44% 가격 급등한 베이글[빵값의 비밀]

(19)3년 새 가격 44% 오른 베이글
소금빵도 3000~3500원대로 상승
'빵플레이션' 속 베이커리 수익성 악화

편집자주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가공식품 물가가 4.1%(전년 동기대비) 오를 동안 빵 물가는 6.4%나 상승했다.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8.48로 기준연도인 2020년(100)과 비교할 때 5년간 38.48% 올랐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간식인 떡볶이, 치킨보다도 더 가파르게 올랐다. 빵은 한때 누구나 즐기던 간식이었지만, 지금은 선뜻 고르기 어려운 가격이 됐다. 어쩌다 한국의 빵값은 계속 가파르게 오르게 됐을까.
베이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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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층이 많이 찾는 베이글·소금빵 등은 가격이 3년 새 40% 넘게 오른 반면 꽈배기는 4%대 상승폭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한 한 끼나 디저트로 빵을 찾는 소비가 확산하면서 인기 빵들의 가격 상승폭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은 베이커리 업종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베이커리 시장 트렌드 리포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빵은 소금빵(15.7%)으로 나타났다. 샌드위치(15.0%)가 2위를 차지했으며, 식빵(7.2%), 크루아상(5.3%), 베이글(5.2%) 등이 뒤를 이었다.

인기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KCD가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빵 10종류의 중위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베이글의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6월 말 기준 베이글의 중위가격은 4400~4900원으로, 2022년 6월 대비 약 44% 상승했다. 샌드위치(7500~8300원·32%)와 소금빵(3300~3700원·30%)도 30%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소금빵의 경우, 2022년 하반기에는 2000원~2500원대였으나, 꾸준한 가격 인상으로 현재 3000~3500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꽈배기(4%) ▲식빵(6%) ▲크루아상(9%) 등은 비교적 가격 인상 폭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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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격 변동 양극화는 지난 몇 년간 달라진 소비자들의 빵 소비 취향과도 맞물린다. 과거에는 마카롱처럼 달콤한 디저트류가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베이글처럼 담백하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식사용 빵이 주목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의뢰로 공주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 역시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식사를 밥 대신 빵으로 대체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려운 조리과정 없이 편리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며 보관성이 좋은 베이글, 치아바타, 피타브레드 등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도 2022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베이글' 키워드 검색 순위는 31위에서 10위, 5위로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빵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베이커리·제과점 업종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원재료비와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매출 증가가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CD가 빵을 판매한 주요 2개 업종 1만5000여곳을 분석한 결과, 베이커리·제과 업종의 지난 6월 기준 월평균 매출액은 906만9900원이었으며 손익률은 -10%로 조사됐다.

반면 다방·커피숍·카페 업종의 경우 월평균 매출액은 724만3118원에 불과했으나, 손익률은 23%로 오히려 높았다. KCD는 "빵 위주로 판매하는 매장은 식음 매장보다 총매출은 더 높지만, 재료비와 인건비 비중이 높아 적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빵값 상승의 주범으로 거론된 원재료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에 착수한다. 공정위는 이달 중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설탕 담합 혐의 관련 제재 절차(심사보고서 발송)에 나선다. 또 설탕과 함께 빵값 인상에 영향을 미친 밀가루·계란 가격 담합 의혹도 조사 중이다. 특히 계란 가격 담합은 현재 조사 중에 있으며, 국내·국제 가격에 차이가 큰 밀가루의 경우, 담합 정황이 포착되면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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