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계 리더들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협력의 60년을 넘어 도약의 60년으로 나아가자"며 환경·에너지, 저출산·고령화 분야 등에서의 미래 공동번영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는 16일 오후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포럼'과 '리셉션'을 잇달아 개최했다. 리셉션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이혁 주일한국대사 등 양국 정부 및 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먼저 개최된 포럼은 양 단체와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기금, 경단련종합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환경·에너지 ▲저출산·고령화 ▲문화·스타트업 등 세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할 방안이 제시됐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포럼 개회사를 통해 최근 양국 정부가 공통 사회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을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제 경제계도 함께 미래 공동 번영의 기회를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오늘 포럼에서 논의될 협력 방안들은 새로운 양국 관계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며 "양국이 미래 공동 번영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60년의 성공 신화를 함께 만들어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츠츠이 요시노부 경단련 회장은 개회사에서 "양국은 저출산·고령화 등 여러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양국 관계가 60년 동안 성숙한 지금은 미래를 향한 지혜를 모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강성진 미래파트너십기금 한국측 자문위원장(고려대 교수), 후카가와 유키코 미래파트너십기금 일본측 자문위원장(와세다대 교수)을 비롯해 한일 양국 전문가 및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환경·에너지' 세션에서는 안지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한일 수소경제 협력 전략'을 발표했다. 안 연구위원은 "양국 모두 수소를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인식하지만 생산 기반이 약하다"며 공동 대응 방안으로 대규모 수소·암모니아 허브 터미널 공동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일이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수급 변동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청정수소 공급망 공동 개발 ▲청정수소 인증 및 표준 협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일본 측에서는 야마지 켄지 지구환경산업기술연구기구 이사장이 '혁신이 열어가는 에너지·환경의 새로운 시대'를 주제로 발표했다.
두 번째 '저출산·고령화' 세션에서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인구 위기를 복지 차원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일 기업들이 유사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는 만큼, 양국 경제계가 주축이 된 인구 위기 대응 민간 협력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협력체는 정부·기업·학계간 협력을 촉진하여 최근 양국 정부가 합의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홍 교수는 양국 기업 간 협력 방향으로 ▲기업 간 성공 사례 공유 ▲정책 공동 제안 ▲관련 기술·서비스 표준화 추진 등을 제시했다.
일본 측에서는 후지나미 타쿠미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지역활성화 과제'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한경협은 앞으로도 한일미래파트너십기금이 중심이 되어 양국의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일본 경제계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스타트업' 세션에서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Z세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K-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며 쌍방향 문화교류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를 뒷받침할 '한일 컬처-테크 이노베이션 펀드(가칭)' 조성을 제안했다. 이 펀드는 양국 경제계와 기관이 공동 출자해 스타트업의 디지털 기술 기반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임 대표는 투자 유망 분야로 ▲AI 기반 관광기술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을 제시했다.
일본 측에서는 사사이 유코 피아종합연구소 소장이 '관객 참여형 예술교류를 통한 지속 가능한 한일관계 구축'을 주제로 양국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포럼에 이어 한경협, 경단련, 미래파트너십기금이 공동 개최한 리셉션에는 류 회장, 츠츠이 회장을 비롯한 한일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하였다. 또 양국 정부 인사가 함께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 의지를 다졌다.
한국 측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자리했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상담역, 고지 아키요시 아사히그룹홀딩스 회장, 엔도 노부히로 일본전기(NEC) 특별고문, 사와다 준 NTT 회장 등이 참석했다.
류 회장은 "지난 60년간 경제인들의 노력으로 양국 관계가 크게 발전했다"며 "앞으로의 60년도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처럼 마음의 거리도 가장 가까운 이웃사촌이 되길 바란다"며 "신뢰와 협력으로 공동 번영의 미래를 열자"고 강조했다.
츠츠이 회장도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전환점을 맞아 양국의 대화와 교류를 한 단계 끌어올릴 때"라며 "규칙 기반의 자유롭고 열린 국제경제질서 회복에 함께 기여하자"고 밝혔다.
한경협과 경단련은 17일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양국 재계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제32회 한일재계회의'를 열어 향후 경제협력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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