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꺼내든 '수요억제책'…진짜 집값 잡을 의지가 있나

세 번째 대책 '수요억제'…선호지역 공급신호는 또 실종
집값은 오르는데 통계만 없애겠다는 정부
수요 억제의 한계, 공급 없는 규제는 실패가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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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6·27, 9·7 대책에 이어 세 번째다. 정부 출범 넉 달 만이다. 서울 전역과 과천·분당 등 경기 12곳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됐다. 대출은 조이고,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도 확대됐다.


시장에선 규제지역 범위가 예측보다 넓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보다 강력한 조치였지만 정책의 큰 틀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규제구역 밖에서는 벌써부터 "우리 동네도 오른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풍선효과'가 반복될 것이란 기대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12·16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에도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였고 규제 강도는 높았다. 하지만 수요는 규제를 회피해 차선호 지역으로 이동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최선호 지역까지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수요억제책이 의도와 다르게 작용한 대표적 사례다.


이런 규제는 일시적인 진정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명확하다. 지난 3월부터 토허구역으로 묶인 강남 3구와 용산구는 거래는 줄었지만 여전히 상승률은 전국 최상위권이다. 수요는 계속 유입되는데 공급은 따라오지 못한 결과다. 최근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도 같은 맥락이다.


이 상황에서 수요억제만 반복된다면 정책과 시장의 간극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호 지역에 주택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다는 시그널은 9·7 대책에 이어 이번에도 실종됐다. 향후 3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과거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런 공급 불안도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유산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임 시장 시절 해제되거나 취소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무산된 물량이 28만가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엉뚱한 곳에 칼을 대려 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며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통계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거 실업률이 치솟자 청년실업률 통계 발표를 중단한 중국 공산당의 행태가 떠오른다. 집값이 매주 오르는 현실이 불편하니, 아예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버리겠다는 발상이다.


지금은 금과 주식, 가상자산 등 자산 전반이 오르고 유동성도 풍부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푸는 정책까지 하면서 부동산만 잡을 수 있다는 발상은 밥을 실컷 먹어놓고 다이어트를 바라는 심보나 다름없다. 지금의 정부도 공급의 중요성을 모를 리가 없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공공기여 부담을 축소하는 등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선호 지역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어야 한다. 낡아빠진 규제 카드만 꺼내 든다면 과거 실패만 반복될 뿐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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