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을 중단한 배경과 책임을 둘러싸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국책사업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질책하자 이 대표는 끝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이 대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1년 이상 지연된 것에 대해 책임이 없느냐'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할 게 아니라 현대건설이 어떤 형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김 의원 말에 "안전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공기 산정이었지만,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불참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저희가 제안한 공사 기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김 의원은 "정부가 처음 72개월로 제시했고, 업계 요청을 반영해 84개월로 완화했는데 현대건설은 기본설계 이후 돌연 108개월을 주장했다"며 "결국 스스로 발을 뺀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기본 수의계약을 진행하며 해상 활주로 부지에서 58개 지반 시추조사를 하기로 했지만, 한 곳도 실시하지 않은 채 6개월을 허송세월로 보냈다"며 "국책사업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도대체 어떻게 책임을 질 건지 답변하라"고 질책하자 "기존에 기본설계 하면서 들어간 비용을 이미 다 포기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건 회사 내부 손실일 뿐 국가적 손해와는 별개"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김 의원의 질의에 이 대표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국민께 ) 사과드린다"고 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대건설은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대표 브랜드로서 신뢰를 지켜왔는데, 제1의 국책사업을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민 의원은 앞서 이 대표가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답한 데 대해 "그건 책임이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모호하다"며 "두 차례 입찰에 참여하고, 국토부가 공기를 72개월에서 84개월로 완화할 때도 알고 있었으면서 수의계약 의향서를 냈다면 내부 검토를 끝낸 뒤 참여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입찰 당시부터 공기가 부족하다는 점을 계속 제기했다"며 "국토부 설명회에서도 전문가들이 공기 부족을 언급해 추가 공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이어 "국가와 현대건설 컨소시엄 사이에는 신뢰 이익이 이미 형성돼 있었다"며 "이를 위반한 이상 국가계약법상 책임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부가 기재부에 '부정당 제재가 가능한가'만 물을 게 아니라 '계약의무 불이행 책임이 있느냐'를 물었어야 했다"며 "그랬으면 기재부도 '국가계약법상 책임이 있다'는 답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두 번의 입찰 참여,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본설계 착수까지 했다면 국토부와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민법상 혹은 정부계약법상 신뢰 이익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다. 민 의원은 "국내에서 국가 프로젝트를 이렇게 포기한 기업이 해외 건설 입찰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며 "현대건설 브랜드의 신뢰 추락이 더 큰 손해"라고 했다.
가덕도신공항 사업 지연을 둘러싸고 정부의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도읍 의원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서는 "현대건설이 불참을 선언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정상화 방안이 없다"며 "대통령과 장관 모두 신속한 사업 정상화를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는 "국토부가 조속히 로드맵을 제시해야 내년에는 최소한 부지 공사라도 착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장관은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견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도읍 의원은 또한 "기획재정부가 국가계약법상 제재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은 건 국토부가 당시 기재부에 법령 해석을 요청할 때 핵심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가덕도 신공항의 핵심 쟁점이었던 해상 지반 시추 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빠져 있었다"며 "제가 이 부분을 기재부에 다시 확인시켜주고 나서야 기재부에서도 국가계약법 위반 즉 제재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법령 해석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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