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백신이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데 대해 질병관리청이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암 발병 기전을 규명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접종 후 1년간 관찰한 연구 결과로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암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연구는 학계에서도 여러 한계를 지적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중증·사망 예방 효과는 수년간 밝혀진 바 있다"며 "지난 2024∼2025년 예방접종 절기 이상 사례는 10만명당 5건 수준으로 3년 동안 감소했으며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고위험군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앞서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은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바이오마커 리서치'에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된 암의 1년 위험: 한국 대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해당 논문에서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1∼2023년 약 840만명의 백신 접종 이력과 암 발생 여부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자에게서 접종 후 1년간 주요 암의 발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비접종자보다 전립선암 위험은 69%, 폐암은 53% 높았으며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의 발병률도 더 높았다.
그러나 의료계 내에서는 "관찰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 "접종군과 비접종군의 특성이 달라 공정한 비교가 이뤄지지 않았다" 등 비판이 다수 나왔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암의 신규 발생을 비교하려면 연구 시작 시점에 양쪽 그룹 모두 암이 없어야 한다"며 "(해당 논문에서) 접종군은 과거 1년 내 암 병력이 있는 50만 명을 제외했지만, 비접종군은 동일한 기준으로 제외했다는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접종군에는 이미 암을 앓고 있거나 과거 병력을 지닌 환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연구가 '백신이 암을 유발한다'는 식으로 확산하면 불필요한 불안과 불신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연구팀 역시 논문에서 "백신과 암 발병률 간 연관성을 제시했으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한편 오는 15일부터 75세 이상 고령층 및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025~2026절기 코로나19 무료 예방접종이 시행된다. 질병관리청 고재영 대변인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위험은 존재하기 때문에 고령층과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은 필요하다"며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동시에 시행한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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