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성비' 내세우더니 매장마다 '바글바글'…결국 구찌도 제친 SPA 브랜드

패스트리테일링, 연매출 32조 돌파
글로벌 불황 속 SPA 브랜드 전성기

경기 둔화와 물가 부담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패션 시장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 명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내세운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일본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이 지난해 매출에서 프랑스 명품그룹 케링을 제친 데 이어, 중국 쉬인은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 럭셔리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SPA 브랜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명품보다 가성비"…SPA 전성시대
일본 도쿄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2020년 6월19일 고객들이 에어리즘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2020년 6월19일 고객들이 에어리즘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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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매출이 전년 대비 9.6% 증가한 3조4005억엔(약 31조6369억원)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6.4% 증가한 4330억엔(약 4조28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이는 구찌·보테가베네타·생로랑 등을 거느린 케링그룹의 지난해 매출(약 28조7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그룹 매출 절반을 책임지는 구찌 매출이 약 20% 급감하면서 매출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유니클로, 국내외 실적 동반 ↑…"세계적 호황의 문턱"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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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브랜드인 유니클로 국내외 실적이 호조였다. 일본 내 유니클로 연 매출은 전년보다 10.1% 늘어난 1조260억엔(약 9조5254억원)으로 1조엔을 처음 넘어섰다. 해외 유니클로 매출도 11.6% 증가한 1조9102억엔(약 17조7343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였다. 중국에서는 소비 침체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북미, 유럽, 동남아, 한국 등에서 성장세가 이어졌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 매출이 24.5% 증가했고 점포 수도 1년 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니클로 제품은 주로 베트남 등 동남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타격이 예상됐지만, 일부 상품 가격 인상이나 경비 삭감 등의 조치로 충격을 흡수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2026회계연도에도 매출 3조7500억엔, 영업이익 6100억엔으로 5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마치 세계적인 호황의 문턱에 서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쉬인·자라도 '가성비 패권' 경쟁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쉬인 역시 서구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 중심가 BHV 백화점에 입점한 데 이어, 갤러리 라파예트 등 전통 럭셔리 백화점과의 제휴를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패션의 본고장에 대한 모욕"이라는 반발이 나오지만, 이는 쉬인의 시장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글로벌 SPA 1위 브랜드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도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인디텍스는 올해 3분기 첫 5주간 매출이 전년 대비 9% 늘며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가성비 찾는 소비자…저무는 명품 시대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을 두고 "소비자들의 지출 기준이 브랜드 충성도에서 '가성비' 중심의 실용 소비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둔화와 물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브랜드보다는 '가성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 세계 명품 소비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명품 업계의 침체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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