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든 경비원에 감시당하며 12시간 근무…판결에 드러난 캄보디아 범죄 실체

지난달 '로맨스 스캠' 한국인 3명 징역형
중국인 총책이 캄보디아서 사무실 운영

국내 청년들을 캄보디아로 끌어들여 현지에서 활동한 범죄 조직들의 단면이 판결문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


13일 연합뉴스는 지난달 10일 선고된 부산지법 형사3단독(심재남 부장판사)의 판결문을 인용해 캄보디아 현지의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콜센터'의 활동에 대해 보도했다. 재판부는 콜센터 직원으로 활동했던 20~30대 한국인 A씨 등 3명에게 범죄단체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징역 2년 4개월~3년 2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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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등은 지난해 7월3일부터 24일까지 로맨스 스캠 방식으로 총 13명에게 119회에 걸쳐 5억8000여만원을 범죄단체에 송금하도록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로맨스 스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가짜 사진을 이용해 이성 피해자에게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사기 범죄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범죄 조직은 중국인 '총책'이 범행을 총괄하며 캄보디아 바벳과 라오스 비엔티안에 사무실을 뒀다. 총책 아래에는 조직원을 관리하는 관리책과 콜센터 직원,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이나 조직원을 모집해 공급하는 모집책, 1차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2차, 3차 계좌로 이체해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송금책, 세탁책 등이 있다.


콜센터 직원들은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근무해야 했다. 지각이나 조퇴 때는 벌금을 내야 하고 실적이 부진하면 밤 11시까지 야근해야 했다. 사무실 출입을 하려면 출입증 카드를 들고 셀카를 찍어 중국인 관리자에게 보내고, 그 관리자가 입구에 있는 경비원에게 인증해야 했다. 일할 때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옆 사람과 대화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 본인들이 하는 일에 대해 발설해서는 안 되고, 사무실 컴퓨터에 개인 계정을 로그인하는 것도 금지했다.

귀국 땐 지인 인질로 잡고 탈퇴 시 거액 벌금

하위 조직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귀국을 원할 때는 친구인 조직원 한 명을 인질처럼 남게 했다.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와야 그다음 사람이 귀국하는 방식이었다. 새 직원들은 대부분 기존 직원의 지인으로, 항공권과 숙소를 제공하며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코인 관련 일을 해보자"는 꾐에 속아 일을 시작했다.


조직원 간에는 철저히 가명으로 호칭해 서로의 정체를 알 수 없도록 했다. 사무실 건물 입구에는 현지인 경비원 5~6명이, 사무실 각층에는 경비원 2~3명이 총을 들고 경계를 서며 이탈을 방지했다. 탈퇴 의사를 밝힌 조직원은 미화 1만(한화 1400만원가량)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했다.

심 판사는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며, 그 조직이 외국에 있어 발본하기도 어려워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죄단체에서 즉시 탈퇴하거나 범행을 중단하지 못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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