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권따라 들쑥날쑥 보유세, 부동산불패 믿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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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인은 4년 전 압구정 아파트를 팔았다. 직장을 그만둔 상태였는데 당시 정부에서 공시가격을 시세에 근접하도록 올리기로 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결단을 내렸다. 그 집은 4년 사이 30억원 가까이 올랐다.


정부가 이번 주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박수현 민주당 대변인)"이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당정 안팎에서는 대출을 묶고 규제지역을 늘리는 정도가 거론된다. 부동산 세제는 이번에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되는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다 민심을 잃었다고 판단해서다. 세제는 어떤 식으로 건드려도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터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에서도 일단 두자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나 여당이 보유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대로 두는 것 역시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필자는 본다. 세금을 사실상 행정부가 결정하는 구조여서다. 종부세는 시세보다 한참 낮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정한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아파트는 69%, 표준주택은 54%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까지 감안하면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서도 부동산 시장이 휘청이던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됐다.


헌법은 조세 종목과 세율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조세법률주의를 거스르는 현 종부세 구조를 용인한 것은 법원이다. 대전지법은 종부세가 조세법률주의 위반여부 소송에서 경제상황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바뀌는 만큼 탄력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입법에 위임하는 게 타당하다고 2022년 판단했다. 세 부담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한 60~100% 범위도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법원이야 법리를 따져 잘잘못을 가렸겠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종부세를 정권 입맛에 따라 매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진보성향 정권에서야 보유세 부담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몇 년만 버티면 된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세금 부담을 낮출 거다'라는 것을 말이다.

보유세를 높이거나 낮추는 차원을 떠나 정권 입맛에 따라 세 부담이 들쑥날쑥한 체계는 바로잡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민심을 잃은 건 단순히 세 부담을 높여서가 아니라 수시로 대책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갈지(之)자 행보를 보인 탓이 더 크다. 보유세를 강화했다고 하나 언제든 낮출 여지를 둔 현 종부세 구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가구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는 견고한 세금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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