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휴가가 끝났다. 주 5일제를 하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지난 10월 3일 개천절부터 추석 연휴를 지나 한글날 휴일까지 7일간의 긴 휴가를 가졌다. 10월 10일에도 회사가 자체적으로 휴가를 부여해 장장 10일간의 휴가를 보낸 직장인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새해가 되면 달력에 빨간 날 숫자만 챙겨보는 직장인의 입장에는 올해는 휴가 많아 행복한 때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휴일이 길든 짧든 관계없이 또박또박 월급이 나오는 정규직 근로자야 그렇겠지만 일을 해야 돈을 버는 일용직 근로자, 자영업자들은 얇아지는 지갑과 비어가는 잔고가 불안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총 569만여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9%를 차지한다. 과거와 비교해 계속 줄어드는 추세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도 상당히 많다.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8.2%에 달한다. 비정규직 중에도 계약직처럼 월급제라서 수입이 휴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늘어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 플랫폼·프리랜서 일자리 종사자는 그렇지 않다. 자영업자의 경우 긴 연휴가 괴롭기까지 할 수 있다. 임대료 같은 고정지출은 그대로인데 영업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정부에서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3일의 휴가를 주말을 포함하여 최대 6일까지로 늘렸다. 그러나 기대했던 국내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했고 해외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많이 증가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그래서 이번 추석 연휴에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거시 경제 측면에서는 휴가를 늘리는 것이 단순히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주 4.5일제 문제이다. 현재 주 40시간, 주5일 근무가 정착된 상황에서 4.5일제가 공약으로 제시되어 그에 대한 이행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4.5일제를 법률로 강제하기보다는 기업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도록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촉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4.5일제는 주 단위 근로시간뿐 아니라 일 단위 소정 근로시간도 8시간으로 규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똑같은 시간 일을 해도 자동으로 인건비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주당 똑같이 40시간을 일해도 5일 근무할 것을 4.5일로 하면 하루 1시간씩 일주일에 4시간의 초과 근로가 발생하게 되어 초과근로수당이 지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4.5일제는 단계적인 상황이고 결국 4일제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종국적으로 4일제가 국민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또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자영업자나 아르바이트 종사자 등 영업 일수 자체가 수입과 직결되는 계층에게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과거 임시공휴일 지정이 긍정적 효과가 별로 높지 않았다는 점을 보아서도 그러하다. 이는 결국 사회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4.5일제를 강제하기보다는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4일제이든 4.5일제이든 우리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로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현재와 같이 기업 차원에서 다양한 시범운영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행 법률에 이미 규정되어 있는 육아기나 은퇴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토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놀고 똑같은 기간 일하기보다는 본인의 사정에 맞게 육아기에는 주4일제 또는 주 3일제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4.5일제 또는 주4일제를 하지 않는다고 형사처벌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할 것이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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