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中 도우려는 것…다 잘될 것"‥미·중 담판 파국 우려 진화

"시진핑, 中 불황 원치 않고 나도 마찬가지"
이달 말 정상회담 앞 충돌 속 유화 메시지
밴스 부통령 "이성적인 길 선택해야"
그리어 USTR 대표 "대통령, 대화 의향"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와 100% 초고율 관세 부과를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을 도우려는 것이지 해치려는 게 아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두 정상 간 6년 만의 대면 회담을 앞두고 기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 확산과 회담 무산 우려를 진화하기 위해 유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관리하며 최근 증시 급락 등으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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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라며 "다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존경받는 시 주석(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힘든 시간을 겪었을 뿐"이라며 "그는 자국이 불황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고, 나 역시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무역정책에서 상호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나왔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미국은 지난 10일 중국산 제품에 다음 달 1일부터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현재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55% 수준으로, 이를 15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며 대화의 여지를 남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앞서 미·중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이후 "거기(한국)에 갈 예정이니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며 지난 10일 뉴욕증시가 급락하고 하루 만에 시가총액 2조달러가 증발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진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배경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에 '불황'을 언급한 것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지속할 경우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경고의 의미로도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날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중국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에 "이성적인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며 "이건 아주 미묘한 줄타기로 중국의 대응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중국이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장담하건대 미국 대통령은 중국보다 훨씬 더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이 이성적으로 대응할 의향이 있다면 미국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은 주말 이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그는 시 주석과 쌓아온 우정에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는 많은 지렛대를 갖고 있다. 나도, 대통령도 우리가 그 지렛대를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며 "만약 중국이 자국이 생산하는 제품 일부에 대한 전 세계의 접근을 차단하는 길로 나아간다면 좋은 관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를 비판하는 동시에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 "사전 통보받지 못했고 공개 소식을 통해 파악한 직후 중국에 전화 통화를 요청했으나 그들은 이를 미뤘다"며 이는 "권력 장악" 시도라고 비판했다. 또 앞선 미·중 관세 인하 합의에 따라 "우리는 폭넓은 관세를 자제했지만,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확대했다"며 "이는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어 대표는 다만 "(중국이)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 언제든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말해 경주 미·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전 세계 공급의 약 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이 전략 자원의 공급망을 통제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의 전면 확산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중 양국이 이달 말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갈등을 봉합하고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양측 모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결국 사태를 수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로 자동차 산업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고, 중국 역시 청년 실업과 내수 부진으로 이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과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악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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