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규제 없는 산업실험도시 '메가샌드박스'를 지역 침체와 산업 저성장, 인재 유출 같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풀어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규제 완화와 교육, 인프라, 데이터, 투자 환경을 하나로 묶은 도시 단위 혁신 플랫폼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최 회장은 20일 아시아경제의 '대한민국 대전환, 규제 없는 도시 메가샌드박스' 기획 취지에 공감하며 "메가샌드박스는 지체된 혁신, 폐쇄적 규제, 수도권 집중, 저출생 심화, 지방 소멸 등 지역의 복합적 문제를 풀어내는 일석다조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본지에 보낸 메시지에서 "메가샌드박스의 기본은 민간"이라며 "기업이 몰리는 곳에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면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 더 많은 기업이 들어오는 선순환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해법'의 핵심은 도시가 산업 실험의 무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과 기회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를 도시 단위에서 직접 구현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려면 정부가 개별 제도만 부분적으로 손보는 수준을 넘어 규제·인프라·교육 전반을 패키지로 설계하고 과감히 여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 위에서 민간이 실험을 주도할 때 비로소 지역이 스스로 움직이는 성장 회로가 완성된다는 구상이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제조업 경쟁력 둔화와 신성장 산업의 부재, 수도권 편중에 따른 지역 소멸 위험이 동시에 겹쳐 있다. 노후한 산업단지는 활력을 잃었고, 젊은 인재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의 산업 생태계는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 최 회장이 제시한 메가샌드박스 구상은 이 같은 구조적 병목을 근본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부상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도시 단위 산업 실험 모델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인프라·규제를 한데 묶어 상시 완화권을 주는 '메가특구'와, 노후 산업단지 옆에 신산업 실증과 주거 기능을 결합한 '코리안 시티' 구상이다. 정부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규제 완화 제도를 총리실이 한곳에서 관리하고, 대통령이 직접 규제 개혁을 총괄하는 체계로 바꾸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정부의 역할은 제도 개선을 넘어 실질적 실행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중국 우한은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실험장으로 바꿔 '규제가 사라진 도로'를 만들었다. 정부가 보험과 인프라를 정비해 기업이 마음껏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싱가포르는 도심을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묶어 로봇과 물류 시스템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게 했다. 두바이는 AI 장관직과 가상자산 규제기구를 신설해 전 세계 자본과 기술 기업을 불러 모았다.
한국의 규제자유특구와 일반 샌드박스 제도는 여전히 한계에 갇혀 있다. 규제자유특구는 지역별로 일부 산업의 규제를 한시 완화해 실증 중심으로 운영되고, 일반 샌드박스는 핀테크(금융+기술)·모빌리티 등 기업이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받아 시험하는 구조다. 두 제도 모두 적용 범위가 좁고,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기에는 한정적이다.
정병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은 "메가샌드박스는 규제 완화와 인프라 계획을 함께 짜는 새로운 정책 틀"이라며 "정부는 국가 발전 전략과 큰 설계를 제시하고, 민간이 그 안에서 실험과 투자를 주도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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