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라이더·노조' 모두 반발…배민 '로드러너' 뭐길래[Why&Next]

입점 점주·라이더·노조까지 반발 확산
모회사 獨DH, 배당 대신 수수료 회수 포석
'배달료 변동' 등 서비스 안정성도 도마 위

배달의민족이 최근 시범 도입한 '로드러너' 시스템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배민 입점 점주와 라이더 업계는 물론 회사 노동조합까지 이례적으로 뜻을 같이하고 있다. 회사 측은 배달 서비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는 분위기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오는 22일 제주 지역에 로드러너 시스템을 도입한다. 현재 경기도 오산·화성 등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베타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배민 관계자는 "로드러너는 배달서비스 품질 개선과 고도화를 위해 시도했던 다양한 시스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배민커넥트라이더. 우아한형제들

배민커넥트라이더.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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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는 배민 모회사 DH의 배달 라이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기존 배민커넥트 앱을 대신한다. 배민커넥트에서는 라이더가 원하는 시간에 접속해 들어오는 배달 요청을 수락하거나 거부할 수 있었지만 로드러너는 사전에 운행 시간을 예약한 뒤 해당 시간 동안 배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배달 가능 거리에도 제한이 생긴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는 시범 지역 모니터링 결과 거의 매일 '거리 제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거리 제한이 걸리면 일정 반경 밖 음식점은 소비자 주문 화면에 나타나지 않아 주문이 불가능해진다. 점주는 매장 노출이 줄어 고객 유입이 막히고 라이더는 배달 자율성이 줄어든 데다 배달 건수까지 감소해 모두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라는 시각이다.


업계에선 로드러너가 'DH의 본전 뽑기' 수단이라는 해석이 비등한다. DH는 2021년 배민 인수 이후 회사로부터 9500억원가량의 배당금을 챙겼다.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부 유출' 비판이 이어지자 배당 대신 서비스 수수료로 이익을 회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음식배달 플랫폼에서 주문된 배달음식. 연합뉴스

음식배달 플랫폼에서 주문된 배달음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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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가 이렇게까지 배민 투자금 회수를 서두르는 건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의 경쟁 과열로 배민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쿠팡이츠의 추격이 특히 거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쿠팡이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553만명에서 1174만명으로 112% 는 데 비해 배민은 같은 기간 2245만명에서 2306만명으로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도권만 보면 쿠팡이츠가 이미 배민을 추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로드러너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DH로 흘러가는 수수료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DH가 과거 운영했던 요기요에 유사 선례가 있다. 요기요는 로드러너 도입 이후 2022년 1709억원, 2023년 1187억원의 수수료를 DH에 지급했는데, 이 가운데 로드러너 관련 사용료는 약 522억원으로 추정된다. 당시 요기요 매출이 2500억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간 매출의 25%가 수수료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를 배민에 단순 적용하면 로드러너 전국 도입 시 DH에 지불할 수수료가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범 지역에서는 시스템 안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화성시에서 로드러너를 이용하고 있는 한 라이더는 "로드러너 도입 후 배달을 수락했을 때의 배달비보다 적게 들어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지원센터에 연락해서 차액을 받는 절차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배민 내부에서도 "DH 툴 전환에 집중하는 동안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지고 본사 이익구조만 강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배민 측은 "로드러너는 베타서비스인 만큼 서비스 지역 확대 등 구체적인 사항은 현재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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