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기에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타이레놀 복용 탓에 자폐증 발병률이 높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은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조기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자폐증 발병률이 두 배나 높다는 연구가 두 건 있다"며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케네디 장관은 구체적인 연구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2013년 국제학술지 환경건강(Environmental Health) 과 2015년 영국 왕립의학회지(JRSM) 에 실린 연구를 언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연구는 8개국 남성을 대상으로 포경수술과 자폐증 발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포경수술에 사용되는 진통제 성분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2015년 덴마크 연구에서는 약 34만명의 남아를 10년간 추적한 결과,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의 자폐증 발병 위험이 46~62% 더 높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두 연구 모두 신뢰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모의 출산 연령, 의료 접근성, 자폐증 진단율 증가 등 주요 변수들이 통제되지 않았고, 포경수술을 받은 아동이 병원 진료를 더 자주 받아 진단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케네디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의 자폐증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한 지 2주 만에 나왔다. 트럼프는 식품의약국(FDA)에 "타이레놀 제품 라벨에 자폐 및 뇌 발달 위험 경고를 추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의료계는 케네디 장관의 발언이 정치적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는 "20년 넘는 연구 결과,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사이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적절한 용량 내에서 타이레놀은 임신부에게 안전한 해열·진통제"라고 반박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도 "현재까지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트럼프와 케네디의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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