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관련된 건강 문제의 주요 위험군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음에도, 실제 진료를 받는 인원은 고소득층이 훨씬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료 접근성의 격차가 만성질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통계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소득 하위 20% 국민의 비만 유병률은 38%로, 상위 20%의 31%보다 무려 7%포인트 높았다. 체내 지방 축적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허리둘레 기준을 적용해도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기준 초과 비율이 4.9%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실제 의료기관을 찾는 비율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2024년 소득별 비만 관련 진료 현황을 보면, 가장 낮은 소득층인 1분위의 진료 인원은 1243명이었으나, 최고 소득층인 10분위에서는 3425명으로 거의 3배에 달하는 차이를 보였다.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를 비교해도 각각 2801명과 5925명으로, 격차는 여전히 컸다.
의료기관 방문 횟수는 낮지만, 저소득층의 1인당 진료비는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위 1분위의 평균 진료비는 135만6000원으로, 상위 10분위(93만7000원)보다 약 1.5배 많았다. 이는 저소득층에서 비만이 더 심각하거나 치료 시기가 늦어져 치료비 부담이 커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비만에서 촉발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주요 만성질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2024년 기준, 상·하위 10% 사이의 진료 인원 격차는 고혈압이 2.05배, 당뇨병이 2.01배, 고지혈증은 2.43배였다. 소득 범위를 20%로 확장해도 이들 질환에서 고소득층 진료 인원이 하위 소득층보다 1.8~2.0배 이상 많았다.
비만 환자 전체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증가세가 관찰됐다. 전체 비만 관련 진료 인원은 2020년 2만 5352명에서 2024년 2만 672명으로 18%가량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 진료 인원은 같은 기간 1662명에서 1881명으로 13.2% 증가했다. 고령화와 맞물려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 의원은 "매년 늘어나는 만성질환 치료 인원 증가로 인해 건강보험공단과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 역시 함께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저소득층에서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인원이 많다는 것은 의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만은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는 관문이 될 수 있다"며 "치료 시기를 놓쳐 질병이 악화되면 결국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는 경제적 이유로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계층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예방 중심의 건강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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